[아이뉴스24 장유미,서민지 기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수장인 노태문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장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삼성전자가 영업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삼성전자보다 먼저 편의점 내 제품 판매에 나섰던 애플에 대해선 문제를 삼고 있지 않아서다.
6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 사장은 오는 7일 국회에서 열리는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민지원금 정책취지 훼손'이란 정치권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서다.
일단 산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은 삼성전자가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갤럭시워치4'를 판매한 것이 고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추석 전인 9월 둘째 주부터 국민 약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국민지원금을 지급한 것에 맞춰 삼성전자가 '갤럭시워치4'를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논리다. 국민지원금은 백화점·복합쇼핑몰과 기업형 슈퍼마켓, 대형 전자판매점에서 사용할 수 없으나,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선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이마트24는 지난 8월 26일부터 이마트24 전국 직영점 10곳에서 '갤럭시워치4'와 '갤럭시버즈2' 등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곳은 직영점이어서 국민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갤럭시워치4'가 인기를 끌자 이마트24, GS25 가맹점주들이 매출 확대를 위해 '카탈로그' 특판 형태로 매장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됐다. '갤럭시워치4'와 '갤럭시버즈2'의 출고가가 26만~29만원 선으로 국민지원금과 비슷한 탓에 제품을 지원금으로 구입하는 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의원 측은 삼성전자와 이마트24가 국민지원금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나섰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마트24와 GS25에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시기와 겹치게 제품 판매 시작 날짜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줬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마트24도 직영매장뿐만 아니라 가맹점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국민지원금을 선결제한 뒤 이후 배송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지난달 6일부터 지급되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시기에 맞춰 판촉 행사를 준비한 만큼 국민지원금 취지를 저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 측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이마트24와 GS25가 판매한 '갤럭시워치4'는 각각 7억원 안팎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4'의 편의점 판매가 문제가 되자 이마트24에선 지난달 11일부터 보급 수량을 이유로 행사를 조기 중단했고, GS25에서도 같은 달 13일부터 제품 판매를 종료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신세계가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갤럭시워치4'와 '갤럭시 버즈2'를 이마트24에 판매함으로써 영세소상공인들의 몫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이마트24의 삼성전자 기기 판촉 과정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을 묻고 재발 방지 책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업계에선 황당해하는 눈치다. 지난해 9월부터 이마트24에 정품 액세서리를 공급하고 있는 애플에 대해선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있어서다. 애플은 이마트24 점포 20개에서 제품을 판매한 후 올해 3월까지 총 1만5천여 개 상품을 판매, 총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현재도 이마트24를 포함한 300여 개 편의점 점포에서 '에어팟', '애플펜슬' 등을 판매 중으로, 국민지원금으로 구매가 가능한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편의점에서 카탈로그를 통해 고가의 냉장고, 전기장판 등 다양한 가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전까지 정치권에서 가전 제품 판매를 문제를 삼지 않다가 유독 '갤럭시워치4'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국감장까지 세우는 것은 너무 과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제품을 공급한 것이 아니라 '갤럭시워치4'를 포함한 하반기 신제품 출시 시기에 맞춘 것을 이 의원 측이 과도하게 해석한 듯 하다"며 "유통업체들이 점주 수익 확대를 목표로 '갤럭시워치4' 판매 방식과 시기를 두고 주도적으로 결정한 부분을 두고서도 마치 삼성전자가 결정한 것처럼 해석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도 이번 일을 두고 억울해 하는 눈치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지난해 9월부터 편의점을 통해 정품 액세서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4월 말부터 일부 모바일 액세서리들을 판매 중이다.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워치4', '갤럭시버즈 2' 등 신제품의 편의점 내 판매 계획은 지난 4월 말께 결정한 것으로,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들이 가맹점주들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모바일 액세서리 판매에 나선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반(反)대기업 정서만 앞세워 삼성전자만 겨냥하고 있다"며 "이 의원의 논리라면 대기업에서 만든 라면, 과자, 음료 등도 편의점에서 국민지원금으로 사먹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도 편의점에서 버젓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국내 대기업들만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나선 것은 역차별일 뿐 아니라 인기몰이에 편승한 국회의원들의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라며 "삼성전자 외에 다른 고가의 가전도 편의점에서 국민지원금으로 살 수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갤럭시워치4'가 품귀일 정도로 인기를 끌며 주목 받자 이를 이용해 이슈몰이용으로 노태문 사장을 국감으로 불러낸 듯 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들을 두고 이 의원 측은 "애플은 이전부터 제품을 판매해왔고, 삼성전자는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서 판매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기가 달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게 됐다"며 "애플은 '에어팟' 등 일부 제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4'뿐 아니라 가전제품까지 지나치게 많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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