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DHC에 이어 슈에무라가 면세점 사업만 남겨 둔 채 한국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2005년 한국 시장 진출 16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3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 그룹의 슈에무라는 지난 달 30일 국내 영업을 종료했다. 슈에무라는 일본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에무라 슈가 1967년 만든 브랜드로 2004년 로레알이 인수했다. 하지만 생산품은 일본에서 만들어 진다는 점 등의 이유로 반일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 일본 화장품, 반일감정에 매출 '뚝'
업계에서는 이번 철수가 불매운동 영향 등으로 인한 매출 하락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로레알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로레알코리아 매출은 3천3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앞서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당시 백화점 입점 매장 매출이 10~20% 가량 감소해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까지 슈에무라 제품을 이용했던 30대 A씨는 "일본에서 제품이 생산된다는 소리를 듣고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대체 브랜드가 많은 상황에서 일본산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레알 측은 불매운동 영향보다 포트폴리오 변경이 철수 이유라는 입장이다. 지난 3월 로레알코리아 대표는 직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통해 "올해 9월 말까지 슈에무라 브랜드의 국내 사업을 종료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회사의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평가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브랜드에 집중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극대화하고 국내 뷰티 시장의 카테고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불매운동 비웃던 DHC는 9월 초 철수
슈에무라 이외에도 지난 달 1일 일본의 대표적 화장품 브랜드 DHC도 한국 시장 철수를 선택했다. DHC는 본사 회장 등이 '혐한발언'을 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브랜드다.
지난 달 DHC코리아는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안내로 불편을 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영업종료를 공식화 했다. DHC 역시 지난 2002년 4월 한국 법인을 세우고, 연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승승장구 했지만 불매 운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철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DHC는 반일 감정이 한창이던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DHC 텔레비전' 일부 출연자가 혐오 발언을 해 공분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대표이사는 "한국 언론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비난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정당한 비평"이라고 밝혀 스스로 반일 '불매대상 1호' 자리에 올랐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본 화장품 브랜드 철수가 반드시 반일감정 때문이라고 확답 할 수는 없다"면서도 "반일 불매운동이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이로 인한 매출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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