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에 따라 달라지는 음질
MP3 플레이어 제조사들마다 조금씩 음질의 차이는 있지만 원본소스 자체가 CD보다 음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나 실제상으로나 그리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MP3 플레이어 자체가 그러하다면 음질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할까? 바로 번들로 제공되고 있는 이어폰이 답이다.
MP3 플레이어의 장점은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것이다. PC와 연결을 통해 간단히 MP3 파일을 넣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아직까지 CD플레이어의 크기가 크고 사용이 불편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워크맨(미니카세트)과 비교해 음질의 차이는 엄청나다. 굳이 CD와 비교하지 않는다면 휴대용 기기로서는 최고의 음질을 갖고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CD와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음질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압축된 음악 포맷이라 비트레이트율이 떨어져 손실된 주파수가 음질의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가 MPEG라는 공통된 압축/해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128kbps, 256kbps로 표시되는 비트레이트율이 같다면 이론적으로 어떤 플레이어에서 듣는다 해도 음질의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다.
MP3 제조사들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소리를 내기 위해 각종 음장효과를 제공하는데 여기에서 조금씩 음질의 차이가 난다. 기본으로 설정한다 해도 각 제조사마다 음색을 좋게 하기 위해 이퀄라이저와 SRS, 3D 입체음향 등을 채택하고 있다.
좀 더 욕심을 내면 헤드폰을 선택하자
젠하이저 제품들이 고급형 MP3 플레이어의 번들로 인기를 끌면서 이어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5000원대 미만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어폰과 10만원대가 넘는 이어폰의 성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이어폰은 구조상 귀를 완전히 덮는 헤드폰의 음질과는 또 다르다. 또 헤드폰에도 귀를 덮지 않는 개방형 구조도 있고 능률과 임피던스가 웬만한 스피커에 버금갈 만한 제품까지도 있다.

이어폰의 경우 손톱만한 진동판을 울려 소리를 내게 되고 헤드폰의 경우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진동판이 더욱 크다. 어느 정도 진동판의 크기가 확보돼야 저역부터 고역까지 적절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이어폰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좋은 헤드폰, 이어폰을 고르는 요령
헤드폰을 고르려 제품 사양을 살펴보면 뜻 모를 전문 용어에 당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중에서도 성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몇 가지 용어들과 좋은 헤드폰을 고르는 요령을 살펴보자.
1. 능률
능률은 말 그대로 헤드폰의 효율을 말하는 것이다. 능률이 낮은 헤드폰이라면 앰프의 출력이 강하다 해도 힘이 없고 작은 소리를 들려주며 능률이 높은 헤드폰은 앰프의 출력이 약해도 크고 힘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능률을 나타내는 표시는 dB/mW 로 mW의 출력을 넣었을 때 몇dB의 소리가 나오는가 하는 수치를 나타낸다. 즉 dB의 수치가 클수록 능률이 좋은 헤드폰이다.
고려해야 할 점이 능률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헤드폰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성능이 뛰어난 헤드폰의 경우 능률이 상당히 낮은 제품들도 있다. 휴대용 기기에서 사용하려면 능률이 낮은 제품들이 좋은데 휴대용 기기 자체의 출력이 작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임피던스인데 헤드폰이나 이어폰의 임피던스는 그리 중요치 않다.
2. 주파수 특성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Hz~20KHz 정도로 이보다 낮은 저역이나 높은 고역은 인간의 귀로는 사실상 들을 수 없다. 이런 특성을 나타내는 수치가 바로 주파수 특성이다. MP3 파일을 인코딩 할 때도 가청 주파수 내의 신호는 살리고 비 가청 영역의 주파수를 잘라내는 방식으로 압축을 하는 것이다.
주파수 특성은 대역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 일단 들리지 않는 소리라 해도 음질이 약간이나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파수 특성을 전부라 생각하지는 말자.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청음에 의한 차이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3. 헤드폰의 무게
헤드폰의 무게는 상당히 중요하다. 이어폰의 경우 무게가 대동소이하지만 헤드폰의 경우 무거운 제품을 이용하면 목이나 머리가 눌리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머리를 얼마나 조이는지의 여부다. JVC 헤드폰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머리를 너무 심하게 눌러 아무리 좋은 소리를 들려줘도 30분 이상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4. 음색

음색은 정말 중요하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의 음색은 직접 들어봐야만 판별할 수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어떤 헤드폰은 저역이 강조돼 있고 어떤 헤드폰은 고역이 강조된 경우가 있다. 양쪽 다 좋지 않은 경우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 저역이나 고역 중 한쪽을 좋아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 장시간 들을 경우 상당히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특정한 소리보다는 균형잡힌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이 가장 좋다. 2~3시간을 들어도 전혀 피로하지 않은 헤드폰이 가장 좋은 헤드폰인 것이다.
에이징이란 무엇인가?
‘스피커는 오래 되면 오래 될수록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한 하이파이 오디오 사이트에 있는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맞는 말이다. 스피커에는 콘을 비롯해 내부에 장착돼 있는 다양한 부품들이 있는데 오래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더욱 더 밀도가 높아지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고역을 세게 쏘아주던 스피커도 시간이 지나며 에이징을 거듭하면 전 영역에 걸쳐 고르고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잘 들리지 않던 저역 역시 점차 풍부하고 기름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다면 헤드폰과 이어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당될까?
이어폰의 경우 좀더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 에이징이 필요하다. 이어폰은 일반적인 스피커와는 달리 진동판을 이용해 소리를 재생하기 때문에 에이징에 따라서 크게 소리가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높은 출력에 진동판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출력에서부터 천천히 진동판을 에이징 시키는 것이 좋다. 어떤 대역대의 음악을 주로 재생하는 가에 따라서 그 음악에 맞게 에이징 된다. 즉 클래식을 주로 듣게 되면 클래식 음악에 어울리게 에이징되고 락음악을 주로 들으면 락 음악에 맞게 에이징이 된다.
이어폰에 에이징이 필요할까?

음질의 향상을 위해 갖고 있는 이어폰의 에이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음악을 들어가며 에이징 할 것을 권장한다. 에이징을 위한 다양한 MP3 파일이나 CD가 있기는 하지만 수십~수백시간을 들여 에이징을 한다 해서 뚜렷한 차이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점은 이어폰의 출력을 항상 적당하게 해 듣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너무 무리한 소리로 이어폰을 혹사시킬 경우 전체적인 음 재생에 불균형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곧 이어폰의 수명을 짧게 만든다. 3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의 이어폰을 잘못된 에이징 상식으로 망가뜨리는 경우도 흔하니 주의하도록 하자.
MP3 플레이어의 음질은 헤드폰이 책임진다
MP3 플레이어의 음질을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헤드폰이다. 일반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도 앰프와 스피커의 역할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헤드폰이나 이어폰에 대한 비중을 절대 작게 생각할 수 없다. 소위 음질이 좋다는 헤드폰들은 수십만원대를 지나 백만원대의 가격을 호가하는 제품들도 있고 이어폰도 30만~50만원대의 가격을 가진 제품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헤드폰과 이어폰이 갖고 있다고 해도 소스의 음질이 좋지 않으면 무용지물. 갖고 있는 CD를 좀 더 높은 비트레이트율의 MP3 파일로 인코딩 해 놓거나 APE같은 무손실 압축 포맷을 이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명진규 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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