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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시다 총리 시대 '활짝'…韓 산업계 "수출 규제 여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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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 보수' 기시다, 아베 정책 방향 유지할 듯…"소재 국산화 위한 노력 계속해야"

[아이뉴스24 장유미,민혜정 기자] 일본 내각 총리대신이 사실상 스가 요시히데에서 기시다 후미오로 교체되지만 국내 산업계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기시다 역시 7년 9개월간 장기집권한 아베 정권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스가처럼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특히 기시다는 현재 한일 갈등의 주요 근원으로 꼽히는 '2015년 위안부 합의서'에 서명한 주인공으로, 일각에선 기시다 시대가 열리면서 경색된 한·일 경제 관계에 대해 더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신임 총재 [사진=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신임 총재 [사진=뉴시스]

기시다 전 당 정무조사회장은 29일 치러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우세를 점한 뒤 결선 투표 끝에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을 크게 누르고 제27대 총재에 당선됐다. 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인 자민당 총재가 총리에 오르게 되는 만큼 기시다는 다음달 4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중·참의원 표결을 거쳐 일본의 100대 총리에 오를 예정이다.

'온건 보수' 성향인 기시다는 4년 7개월 동안 외무장관을 지낸 일본 내 외교통으로 유명하다. 또 스가처럼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및 위안부 배상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등에 대한 기존의 일본 정부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내 여론 역시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여전히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시다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며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한일관계를 적어도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 상태로 돌려놓겠다는 생각이지만,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쉽지는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재수 전경련 지역협력팀장은 "기시다로 교체된다고 해도 한일 경제 관계에 있어 획기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없다"며 "수출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명분 싸움이 계속되며 관계 개선과 수출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쉽다"고 밝혔다.

SiC 전력반도체 제조용 웨이퍼 [사진=전기연]
SiC 전력반도체 제조용 웨이퍼 [사진=전기연]

이에 산업계는 아베 내각 시절인 지난 2019년 7월 시작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스가에 이어 기시다 내각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한국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해 전범기업에 배상판결을 내리자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해당 3개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한 것으로, 이로 인해 해당 일본 기업들은 한국으로 수출할 때마다 허가를 받게 됐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출 규제 조치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한국은 그 동안 규제 품목을 순차적으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며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반면, 일본은 수출국을 잃게 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있은 후 2년만의 성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은 17년 만에 1천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대부분 일본에 의존했던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의 경우엔 벨기에산 수입이 12배 늘어나면서 대일 의존도는 50% 이하까지 떨어졌다.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 역시 2년 사이 31.4%에서 24.9%로 6.5%포인트 감소했다.

생기원이 반도체 패키징용 에폭시 밀봉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생기원]
생기원이 반도체 패키징용 에폭시 밀봉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생기원]

반면 일본 기업들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대형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붙잡지 못하자 줄줄이 경영난에 빠진 것이다. 특히 불화수소 생산기업인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케미칼은 연간 60억 엔(약 612억원) 수준의 매출 타격을 입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일본 기업들은 오히려 '한국행'을 택했다. 일본 기업이 수출 관리 대상 화학품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여전히 경제산업성의 특별 허가가 필요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할 경우에는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인 도쿄오카공업은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인천 송도의 기존 공장에 수십억 엔을 추가 투자해 생산능력을 2018년의 2배로 늘렸다. 이곳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다. 증설한 설비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인 EUV 포토레지스트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 생산 기업인 다이킨공업은 내년 10월 충남 당진에 3만4천㎡ 규모의 반도체 제조용 가스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공장 건설에는 앞으로 5년간 40억 엔이 투입된다. 다이킨공업은 그동안 불화수소를 중국에서 만들어 삼성전자 등에 공급해왔으나, 공장이 건설되면 이를 모두 한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쇼와덴코머티리얼즈(옛 히타치카세이)도 2023년까지 200억 엔을 들여 한국과 대만에서 실리콘웨이퍼 연마제와 배선기판 재료 생산설비를 증설하기로 했다. 일본 호리바그룹 역시 최근 질량유량 제어기기(MFC)를 국내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MFC는 반도체 증착 및 식각 공정에서 가스 공급의 정밀 제어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호리바그룹의 시장점유율은 60% 내외다.

이 외에도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TEL)과 고유전재료를 생산하는 아데카, 특수가스 황화카르보닐을 만드는 간토덴카공업, 도체 장치용 석용 유리 제조업체 토소 등이 국내 거점 강화에 나선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시다가 위안부 합의에 서명한 강경파인 만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2년처럼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이가 일본 총리가 된다고 해도 현 분위기로 봤을 때 한일관계가 예전처럼 원복되긴 힘들 것"이라며 "수출 규제 대상에 묶인 소재들을 국산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기업은 물론 국가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수 전경련 지역협력팀장은 "일본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우리 측에서도 협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삼을 수도 있을 듯 하다"면서도 "기시다가 신임 총리로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 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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