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 '시그널 면접' 첫날… 후보 6명 검증
劉 "여가부 질문 집중돼" 洪 "면접관들 골수 좌파"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9일 공개면접 행사에서 진땀을 뺐다. 각 후보들은 대선 공약·과거 행적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면접관의 민감한 질문을 받아치면서도 이들의 정치적 성향과 특정 질문에 집중하는 모습 등을 지적하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이날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대선후보 대상 '국민 시그널 면접' 행사 첫 날에는 장성민·장기표·박찬주·최재형·유승민·홍준표 후보(발언 순)가 참석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김준일 뉴스톱 대표, 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국민 면접관'으로 나섰고, 신율 명지대 교수가 사회를 봤다.
첫 번째 면접을 받은 장성민 후보는 민주당 의원이던 2000년 5월 17일 광주 가라오케 '새천년 NHK'에서 타 의원들과 술판을 벌인 일화를 지적받았다. '5·18 정신을 모욕한 것 아니냐'는 면접관 지적에 그는 "변명할 생각 없다"며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지난 2019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게 "삼청교육대에 가야 한다"는 과거 발언을 지적받은 박찬주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용어를 사용할 때 신중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선 최재형 후보에게는 '정치적 중립성 훼손' 관련 질문이 나왔다. 최 후보는 "(중립성 훼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임명한 감사원장이 최재형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중도에 그만두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그분이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대선 공약과 관련해 준비가 덜 된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한 '규제 모라토리엄'과 관련,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규제 2~3개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달라'는 질문에는 "대출 규제나 임대차 3법, 일률적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며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했다.
'석탄발전 대체를 위해 SMR(소형모듈원전)을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다 대체하려면 3~40개 지어야 한다. 어디에 짓겠는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SMR을 설치하려면 지역주민이 반발할 텐데 설득이나 부지 선정 계획 없이 짓겠다고만 하면 끝인가"라는 면접관의 지적을 받았다.
유승민 후보에게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위시한 여성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유 후보는 '안티페미니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면접관 지적에 "양성평등주의자로 평생 일관되게 살아왔다"며 "대통령이 되면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진짜 양성평등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면접관들은 'G7의 여성부 장관이 몇 나라나 있는가', '여성가족위원회 예산은 얼마인가', '남녀 임금격차 해소 방안', '여성할당제 관련 입장' 등의 질문을 쏟아냈고 유 후보는 이같은 질문에 답하는 데 주어진 시간(22분) 절반 이상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유 후보는 면접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런 면접방식은 말이 안 된다"며 "제가 수많은 공약을 발표했는데 여가부 가지고 시간을 다 끄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에 대해서는 "제가 알기로는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한 사람"이라며 "선관위가 어떻게 저런 분을 면접관으로 모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는 과거 막말·여성비하 논란 관련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는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류여해 전 최고위원 성희롱 논란을 묻는 질문에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 알지만 무혐의 처분이 됐는데 시비를 거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경남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전적을 묻는 질문에는 "의료원 기능을 상실해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전국 공공병원을 폐쇄해 코로나19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는 면접관의 발언에는 "억지 논리"라며 "억지 부리는 사람은 선거에서 죽었다 깨도 저를 안 찍는다"고 했다. 이어 "편향된 시각으로 질문하는 것은 내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많은 국민이 아닌 소수의 국민, 극좌파들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의 비례대표 폐지 공약 관련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헌법을 바꾸는 판인데 무슨 헌법재판소인가"라며 "지난 탄핵 때를 보면 헌재도 폐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겠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헌재를 폐지하고 대법원으로 통일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고 부연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을 폐지하는 건 어떨까"라고 맞받았다.
면접 마무리 시점에 홍 후보는 진 전 교수와 김 대표를 겨냥해 "면접관 두 분은 완전 골수 좌파인데 당에서 왜 저런 분들을 면접관으로 했나"라며 "저한테는 상관 없지만 다른 후보들은 골탕 먹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면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두 분은 골수 좌파인데 (질문이) 배배 꼬였다"면서 "나는 수없이 토론을 해봤기 때문에 잘 말려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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