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반도체 업체들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10조원 이상 규모의 인수·합병(M&A)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5세대(G) 이동통신 등 신기술에 적용되는 반도체 수요 확대,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전망되면서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이어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도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AMD가 자일링스 인수를 발표하고 규제 당국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1위이며 시스템 반도체 정상을 노리는 삼성전자의 베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후 '3개년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M&A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낸드플래시 매출 점유율 34%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키옥시아는 18.3%로 2위, 웨스턴디지털은 14.7%로 3위, SK하이닉스는 12.3%로 4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가 인수를 앞둔 인텔은 6.7%로 6위를 차지했다.
현재 1위 삼성전자와 2위 키옥시아의 점유율은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지만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이 성사되면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은 33%로 삼성(34%)을 턱 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200억 달러(약 23조원) 규모로 키옥시아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인텔과 점유율을 합치면 19%로 낸드 3위권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이 삼성전자, 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 SK하이닉스-인텔 3강 구도로 재편되는 셈이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도 빅딜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는 영국 최대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을 4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약진하고 있는 AMD도 40조원 규모로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 1위 자일링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경쟁사의 움직임이 바빠지면서 삼성전자의 M&A 시기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도 이재용 부회장 출소 후 11일만인 지난 24일 '3개년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은 240조원의 구체적인 용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선 반도체에 15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수 후보군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NXP,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독일 인피니언 등이 거론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이들 업체의 중요도가 높아졌고,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입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NXP가 삼성에 인수가로 80조원을 부르면서 삼성이 부담을 느끼고 NXP 인수에서 발을 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IT 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NXP, TI 인수를 검토했다"며 "하지만 최근 NXP가 인수 금액을 80조원으로 올리면서 삼성전자가 NXP 인수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투자 확대를 통해 전략사업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과감한 M&A를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