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낸드플래시 반도체 업체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 연합군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턱 밑 추격하게 된다. 낸드플래시 업계에서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재편이 일어나는 양상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가 200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합병 논의를 본격화했으며 이르면 내달 중순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은 각각 키옥시아에 대한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키옥시아가 기업공개(IPO) 검토에 나서면서 마이크론은 인수전에서 철수했고 웨스턴디지털은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키옥시아는 내달 도쿄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합병도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WSJ는 "키옥시아가 상장과 M&A 중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키옥시아는 스마트폰, 컴퓨터 서버 및 기타 장치에 사용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칩을 만드는 업체로 적자 누적으로 어려워진 일본 도시바가 지난 2017년 낸드플래시 사업을 분사해 만들었다.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와 합병 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약 32%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1분기 집계에서 낸드 점유율은 삼성전자(33.4%), 키옥시아(18.4%), 웨스턴디지털(14.2%), SK하이닉스(12.2%), 마이크론(11.9%), 인텔(7.4%) 순이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 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 SK하이닉스-인텔 3강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키옥시아의 전환사채를 들고 있는 SK하이닉스에도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미국 사모투자펀드사인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4조원을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4조원 가운데 2조7천억원은 재무적투자자(LP)로, 1조3천억원은 전환사채(CB)로 투자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키옥시아의 상장 이후 LP 지분의 경우 시장에 매각할 계획이었다"며 "나머지 15% 지분(CB)은 키옥시아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선 규제 당국의 승인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협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이 합병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 합병 심사의 최대 난관은 중국이 될 수 있다. 미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퀄컴의 NXP 인수를 불허하는 등 미국 업체의 M&A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싶어 하지만, 중국 등 반도체 육성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며 "M&A에 고려해야 할 리스크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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