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처럼 육각형으로 배열된 2차원 물질이다. 얇고 투명하며 신축성도 뛰어나지만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성이 빠르며, 다이아몬드만큼 열전도성이 높아 '꿈의 신소재'로 불려왔다.
이처럼 뛰어난 물성으로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지만 이러한 꿈같은 특성을 산업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핀의 특성을 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원자 한 층으로만 이루어진' 완벽한 2차원 단일층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핀을 활용한 소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래핀과 다른 물질의 접합이 필요한데, 만들어진 그래핀에 조금이라도 주름(접힘)이 있거나 겹친(적층) 부분이 있다면 불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름이 있으면 기계적 강도도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벽한 2차원' 그래핀의 대면적 합성기술은 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그래핀은 연구실에 머물러 있다.
◆완벽한 원자 한 층 그래핀 대면적 합성 성공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단장 로드니 루오프)은 접힘과 적층이 없는 완벽한 단결정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제작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26일 0시 네이처(Nature)紙에 발표했다.
연구단은 "화학기상증착법으로 단일층·단결정 그래핀을 합성할 때 피할 수 없었던 그래핀 접힘 결함 문제를 개선하고, 센티미터 스케일 이상의 대면적으로 그래핀을 합성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합성한 무결점 그래핀의 크기는 4×7㎠ 로, 연구단이 보유한 퍼니스(爐)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 크기"라며 "이 퍼니스에서 한 번에 그래핀 5장을 같은 품질로 동시에 제조할 수 있음을 보였고, 기판으로 사용한 구리-니켈 호일도 무한 재활용할 수 있어 대량생산 공정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접힘과 적층이 전혀 없는 무결점 그래핀을 활용하면 소자의 위치나 방향과 무관하게 항상 같은 효율을 내는 고성능 집적회로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무결점 그래핀에 다른 재료를 적층해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았던 놀라운 성능을 보이는 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 그래핀의 꿈같은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7년 연구 결실, 꿈의 신소재 상용화 가능성 보인다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은 오랫동안 무결점 그래핀을 합성하기 위한 연구를 해 왔다.
고성능 그래핀 합성에는 일반적으로 화학기상증착법(CVD)이 쓰인다. 구리와 같은 얇은 금속 호일(박막) 위에서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판이다. 기판 자체를 단결정 형태로 만드는 것이 단일층·단결정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합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다.
연구단은 2018년 값싼 상용 구리호일로 대면적 그래핀을 합성한 연구(사이언스), 구리-니켈 단결정 기판으로 단결정 그래핀의 성장 속도를 10배 높인 연구(ACS 나노), 2019년 구리 호일의 불순물을 제거해 적층 구역이 없는 대면적 그래핀을 제작한 연구(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등을 잇달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접힘(주름) 문제는 남아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 접힘 현상이 발생하는 온도를 찾아냄으로써 마침내 무결점 그래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통상 화학기상증착법으로 그래핀을 합성할 때는 1320K 이상의 고온에서 합성한 후 실온까지 냉각하는데, 1030K 이상의 온도에서 기판과 그래핀의 열팽창 특성차이로 접힘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1000K에서 1030K 사이에서 그래핀 합성을 시도해 결과적으로 접힘이나 적층이 없는 완전한 형태의 대면적 그래핀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기판은 니켈이 20% 함유된 구리-니켈(111) 단결정 기판을 사용했으며 에틸렌 가스를 탄소원으로 이용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낸 그래핀을 저에너지전자빔회절장치, 투과전자현미경 등 최신 분석장비로 분석해 그래핀 전체에 걸쳐 완벽한 단결정이며, 어떤 적층이나 접힘도 없음을 증명했다.
물성도 뛰어났다.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의 채널 물질로 사용했더니 여러 방향으로 놓여진 전극 사이에서도 이방성 문제없이 전하이동이 가능했으며, 실리콘에 비해 7배, 기존 그래핀에 비해 약 3배 높은 전하이동도를 나타냈다.
또한 전기화학박리공정으로 기판 양면에 형성된 그래핀을 1분 내에 빠르게 떼어낼수 있으며, 기판을 5번 재사용해도 중량 손실이 0.0001g에 불과했다. 기판을 무한 재활용할 수 있어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그래핀이라고 말하는 단일층 탄소 구조를 가장 결함 없는 형태로,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동일한 방향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가장 퀄리티가 좋은 그래핀을 만들었다고 말 할 수 있다"면서 "그래핀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이 산업적으로 가능해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우리 연구진은 최적의 그래핀을 합성하기 위한 기판의 개발, 그래핀의 적층과 접힘을 없애기 위한 연구 등 ‘무결점 그래핀’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왔다”며 “7년의 장기연구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향후 무결점 그래핀의 독특한 물성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문명: Single Crystal, Large-area,Fold-free Monolayer Graphene(Nature)
◇저자 : Meihui Wang(제1저자), Ming Huang(제1저자), Da Luo(교신저자), Yunqing Li, 최명기, 성원경, 김민혁, 진성환, Mengran Wang, Shahana Chatterjee, 권영우, 이종훈, Rodney S. Ruoff(교신저자)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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