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현대제철이 철광업황 호조에 힘입어 분기 첫 영업이익 5천억원대를 기록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현대제철이 2분기에 보인 실적 개선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져 연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현대제철의 연간 사상 최고 실적 달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기로 했지만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이를 거부한데 이어 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7일 지분 100% 출자한 자회사 현대 ITC를 설립해 충남 당진제철소와 인천, 경북 포항공장 등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7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제철은 이달 19일 채용절차에 돌입해 서류 지원을 받았다.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오는 8월 4일까지 인성검사·영상면접·건강검진 등을 거쳐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최종 합격한 노동자는 9월 1일부터 신규 계열사 소속 정규직 직원으로 정식 채용된다.
◆ 신규 계열사 설립 통한 비정규직 채용 나서
현대제철이 이 같은 결정 내린 배경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1월 현대제철에 권고한 시정조치 때문이다.
당시 인권위는 현대제철에 "차량 출입과 사내 비품 사용 등에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시정하라"고 시정권고를 내렸다.
인권위 시정권고에 따라 현대제철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인 현대제철을 상대로 "직접 고용하라"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연이어 제기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여건에 원청이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약 2년 6개월 간의 논쟁을 이어왔다.
현대제철은 최근 입장을 급선회했다. 신규 계열사 설립을 통한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채용을 비롯해 본사의 80% 수준으로 급여를 올리겠다고 제시하며, 노사 간 갈등 봉합에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의 바람과 달리 일부 노조는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 채용은 원청의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을 위한 '꼼수'이며, 현대제철이 자회사 설립을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157명이 현대제철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직접고용요구소송) 1심과 2심에서 모두 불법파견을 인정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당진공장 노동자와 순천공장 노동자 일부는 현재 1심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이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현대제철과 협럭업체를 '파견근로관계'로 최종 판결하면 선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당진공장 노동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노조는 현대제철의 자회사 설립에 대해 직접고용 상황이 오기 전 비정규직 고용함으로써, 소송 패소에 따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지우기 위한 회피성 대안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노조는 현대제철 측이 소취하와 부제소 동의서(앞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를 자회사 입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 노조 "원청 직접고용" vs 현대제철 "수용불가"
가장 큰 문제는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쟁의대책위원회 전환을 확정했다는 데 있다. 즉, 사측과의 대화에 진전이 없을 시 파업 등의 쟁의행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 ITC에는 현재 ▲당진공장 2천700여명 ▲인천공장 800여명 ▲포항공장 90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인원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노조원 2천6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 2000여명에 달하는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현대제철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키움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투자업계가 현대제철이 3분기에도 가파른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지만 파업이라는 '변수'가 실적 개선세를 둔화시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제철은 신규로 설립한 자회사 직원들을 공정에 우선 배치하겠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며 "강제적 전적이나 전배(전환배치)가 이뤄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파업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조건이 변경되는 부분에 있어서 노조와 협의하는 게 기본이고 (현대제철이) 그런 부분을 전혀 안 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파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며 "파업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시 실적에 미칠 손실액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직접고용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이는 형평성과 결부되고, 또 다른 리스크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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