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한 2년간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자립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업계에선 갈 길이 멀다며 장기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 정부가 지난 2019년 수출을 규제한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소재의 일본 의존도를 낮췄다.
불화수소는 솔브레인 등 국내 업체들이 생산을 확대하며 일본 의존도를 50%에서 10%로 낮췄고, 불화폴리이미드는 대체 소재를 활용해 일본 수입량을 사실상 없게 만들었다.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산 수입량을 12배 확대하면서 100%에 가깝던 대일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췄다.
정부는 이를 위해 소부장 기업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소부장 정책펀드를 1년 반만인 지난달 기준 1조원을 조성했다. 이는 일본 수출규제 전 20년간 소부장 정책펀드를 모두 합친 것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올해도 6천억원 이상 추가 펀드를 조성해 소부장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소부장 성과 간담회에서 "기습공격하듯 시작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는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냈다"며 "오히려 핵심품목의 국내생산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해 소부장 산업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국산화 움직임은 반갑지만 자립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 소재·부품 누적 수입액(647억9천500만 달러) 중 일본 제품(96억9천6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6.1%)보다 1.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래 2001년 이후 역대 가장 낮다.
같은 기간 무역 적자 폭은 더 커졌다. 일본 소재·부품 교역에서 한국은 59억9천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억900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 한국은 1~4월 일본에 전년보다 6.2% 늘어난 43억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96억9천600만 달러)은 수출액의 두 배 넘게 웃돌아 적자 폭이 커졌다.
이는 일부 품목의 수입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일본의 고부가 소재·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규제로 그동안 취약하던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 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부분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규제 품목 외에도 여전히 일본이 독자기술을 갖고 장악력이 큰 제품이 많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도 대부분을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노광장비는 네덜란드이 ASML이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파이도 일본의 니콘과 캐논이 차지하고 있다. 식각장비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시장을 잡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여전히 특정 품목에 대한 높은 일본 의존도가 유지되고 있다"며 "양국간 교역 규모가 축소되면서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 폭도 다시 커지는 등 부정적 면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소재, 부품 국산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투자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 추진 시 소재·부품 발전 전략과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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