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함께 나섰던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입장차를 보이며 '결별' 위기에 놓였다.
17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이베이 인수에서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네이버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입찰 절차에 참여한 바 있으나, 본 입찰은 계속 진행 중이며, 당사의 참여방식 또는 최종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 인수고심하는 네이버 vs 꼭 필요한 신세계
네이버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내부적으로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대금 4조원이 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승자의 저주'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온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신세계그룹과 달리 플랫폼 서비스사업자로써 이미 자사 플랫폼에서 검색 서비스와 쇼핑을 제공 중인데,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더해질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제재를 받을 염려도 있다.
또 최근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 측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쿠팡·롯데·신세계·현대 등을 모두 제치고 이커머스 1위에 오른 상태다.
하지만 네이버와 달리 신세계 측은 이커머스 시장 장악을 위해 이베이코리아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쟁사인 쿠팡 등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의 SSG닷컴만으로는 열세를 만회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는 전체 인수 금액 4조4천억원 중 80%인 3조5천억원 가량을 이마트에서 마련하고 나머지 20%는 네이버를 통해 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서 빠질 경우 남은 대금도 신세계가 부담해야 한다. 신세계는 하남스타필드 등을 담보로 한 자금 융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달리 이베이 인수에 적극적인데는 네이버 쇼핑과 쿠팡의 압도적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탓이 크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의 SSG닷컴 시장 점유률은 3%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네이버는 18%, 쿠팡 13%, 이베이코리아 12% 등으로 신세계와 점유율에서 수 배 가량의 차이를 보인다. 즉,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야 이커머스 '톱 3' 안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롯데, 이커머스 시장 '첩첩산중'
반면 롯데그룹은 이베이 본입찰에서 3조원을 적어내며 이베이 인수에서 사실상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차지할 경우 이커머스 시장은 물론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 측은 내부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해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인수 금액 등을 보수적으로 적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실패하면서 당분간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뛰어넘을 방안이 마땅치 않게 됐다. 롯데그룹의 온라인몰인 롯데온은 지난해 기준 네이버(28조원), 쿠팡(22조원), 이베이(20조원) 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조원대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또 롯데온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90억원으로 지난해(150억원) 같은 기간 대비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 역시 이베이코리아를 안아야 이커머스 사업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롯데가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 한 바 있다.
또 롯데가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의 나영호 롯데온 대표를 영입하는 등 이베이 인수와 관련된 준비를 해 온 것도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분석을 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와 네이버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롯데는 외부 협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배달 플랫폼 요기요 인수 전망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