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의뢰' 국힘, 내부 비판에 깜짝… 권익위 선회 검토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국민권익위원회가 아닌 감사원에 소속 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한 데 대해 내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여당 재선의원 출신이라 조사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인데, 정작 감사원은 현행법에 따라 국회의원 직무감찰 권한이 없어서다. 국민의힘은 감사원 의뢰가 불발될 경우 권익위 등으로 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비공개 당 전략회의에서 "감사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지만 만약 어렵다고 하면 권익위를 최우선 논의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까지도 권익위의 중립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전수조사를 받겠다'는 기조를 견지했다. 오히려 권익위에 조사를 맡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셀프조사'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여당을 위시한 원내정당들이 모두 권익위 조사를 택한 데다 내부 비판까지 잇따르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 대한 '부동산 파상공세'는 먼저 매를 맞은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소속 의원 전원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의뢰했다. 그 결과 의원 12명의 부동산 법령위반 의혹이 적발됐고, 비례대표 2명은 출당, 나머지 10명 의원에게는 탈당 권고 조치를 내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감사원 의뢰에 대해 "현행법에 따라 조사하지 말라는 건지, 현행법을 어기고 조사하라는 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시대전환·기본소득당 등 비교섭단체 5당이 전날 권익위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한 것도 국민의힘의 '감사원 기조'를 흔들리게 하는 요소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원내정당이 권익위를 택하면서 조사 공정성 우려라는 명분을 계속 고집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 뼈아픈 것은 거듭되는 내부 지적이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의힘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권익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제원 의원도 "감사원이 국민의힘 산하기관인가"라며 "자당 식구를 출당하며 제 살을 도려내는 민주당의 결기가 섬뜩한데 감사원 전수조사를 우기는 국민의힘 모습은 어설퍼보인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국민들은 뭔가 찔려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며 "감사원 전수조사를 조속히 철회하고 의원들이 하루빨리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김태호 의원도 "지금 우리가 국민들께 보여야 할 것은 여당보다 더 엄정한 조사를 받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주장했다.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도 "감사원이든 권익위든 어느 기관에 조사를 맡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 끌지 말고 지체없이 전수조사를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감사원 감사가 현행법으로 가능하지 않다면 권익위에라도 의뢰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배준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감사원 측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 그것에 맞춰 당의 입장을 다시 정확하게 드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