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최신 경영 환경과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KCGS는 리더십과 거버넌스 기준을 신설해 ESG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 전략 통합을 유도했다.
KCGS는 지난 8일 오후 유튜브를 통해 ‘ESG 모범규준 개정 공청회’ 웨비나를 진행하고 모범규준 개정의 주요사항과 경과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에 나선 김진성 KCGS 팀장은 “기존 모범규준은 경영환경을 전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활용도가 낮고 평가와의 괴리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이를 개선하고자 모범규준을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안을 통해 우리 기업의 현실에 맞는 분석과 해외에서 자리잡고 있는 공시·정보공개 강화 추세, 기업의 리더십과 거버넌스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KCGS는 먼저 환경(E) 모범규준 관련 전사적 환경경영 관점을 확대하기 위해 리더십과 거버넌스를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또한 이해관계자 소통 섹션을 통해 환경정보 공개를 규준에 포함해 국내외에서 요구되는 환경 자율공시 체계를 반영했다.
주요 개정 내용으로 ▲환경위험요인 파악 및 위험 대응 강화 ▲친환경 설계를 통한 순환경제 구현 ▲녹색채권 등 친환경 자금 조달 ▲기후변화 위험에 노출된 좌초자산(stranded asset) 등 재평가 ▲녹색구매 등 친환경 공급망 구축 ▲자연자원 관리 및 생태계 보전 활동 이행 ▲온실가스 배출 비요 고려한 내부탄소가격 도입 등을 신설했다.
사회(S) 모범규준은 중요한 사회책임 경영 이슈별로 거버넌스 구축, 리스크관리, 관련활동 실시, 활동에 대한 성과 평가, 활동 및 성과에 대한 정보공개 측면으로 구성됐다.
김 팀장은 “사회 모범규준의 주요내용은 크게 3가지다. 인권 및 안전보건, 공급망의 사회적 책임 제고, 개인정보를 포함한 소비자 보호”라고 설명하며 “공급망과 관련해 기업에게 해당 기업뿐 아니라 협력사 등 공급망 내에서 협력사들의 인권과 안전보건, 공정거래 등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G) 모범규준 개정안은 이사회의 책임과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KCGS는 이사회가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과제를 중요 위험관리 사항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대처토록 하기 위해 리더십과 거버넌스를 대분류로 포함했다.
또한 기업집단 소속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해 내부거래 등 이해상충문제를 적극적으로 감시토록 관련 내용을 개정안에 반영했다. 이밖에 ▲ ESG 논의 등 이해관계자와의 건설적 대화 ▲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안건 분리 ▲주주총회에서 보수정책 및 산정 근거 설명 등 내용도 포함됐다.
이어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범규준 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세스가 포스코, KT 등 분산소유기업에 대해서만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것 같은데 잘못된 것 같다”며 “개인 지배주주가 있는 상장회사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주에 대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상장 후에 창업주는 더이상 오너가 아니라 수탁자”라며 “상장 시점부터 외부 주주들의 자금을 위탁 받아 경영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배주주는 내 돈으로 배당, 월급을 준다는 인식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창업주의 2세들이 경영에 참여할 때 외부 검증을 받도록 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개정안 내용 중 이사회의 책임에서 기업집단의 이사 책임을 별도로 강조한 부분에 대해 시의적절한 기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사회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해 지배주주 사적 이익과 관련 있는지 살펴보고 사전에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주주 자본주의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며 “ESG가 너무 강조되니 지배구조(G)는 건너뛰고 환경(E)과 사회(S)를 실현하면 G가 몰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라며 “극단적 사례로 사익 편취한 돈으로 ESG를 한다는 웃지 못할 사례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으로 ESG를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각 산업별로 ESG 평가지표가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제조업과 금융업을 살펴보면, 제조업은 온실가스를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반면 금융은 어느 부분에 투자하는지에 대한 것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섹터별로 맞춤형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국제적으로 관심이 높은 R200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지표를 모범규준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ESG 모범규준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기업의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 본부장보는 “지배구조 관련해 이사회 결의를 모든 심의 사안에 대해 정관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관 변경이 쉽지 않다”며 “중요 사안은 정관에 넣고 기타 필요한 사안은 이사회 규정으로 위임하는 것이 현실 부합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CEO 승계 프로세스과 관련해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다만 거래소에서 지배구조보고서 제도를 공시하고 있는데 가장 준수율이 낮은 항목이다. 작년 기준 14% 밖에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KCGS는 이날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내부 평가위원회 결의를 거친 후 이달 중 ESG 모범규준 개정안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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