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7분부터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1·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무명용사들이 안치된 '미국의 성지'이자 한국전 참전 용사 다수가 안장돼 있어 '한미 혈맹'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미 첫 공식 일정으로 이곳을 방문한 것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더욱 강력하고 포괄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탄 차량이 9시를 조금 넘겨 국립묘지에 도착하자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외국 대통령 등 국가원수급에 대한 최고의 예우다. 문 대통령은 로버츠 의전장의 영접을 받고 존스 워싱턴 관구사령관 안내에 따라 무명용사의 묘 최하단 계단 앞으로 이동했다. 앞줄에 문 대통령과 존스 관구사령관, 2열에 태극기 기수단, 3열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수혁 주미국 대사 등 뒤따랐다.
문 대통령은 의장대 구령에 따라 태극기에 대한 경례를 마친 뒤 존스 관구사령관과 함께 최상단 계단으로 이동해 화환에 손을 얹고 잠시 묵념했다.
헌화를 마친 문 대통령은 국립묘지 기념관 전시실로 이동해 무명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기념패를 기증했다.
6·25전쟁 때 참전했던 용사들의 유품으로 만든 기념패로, 사각주 형상에 내부는 황동, 외부는 구리로 제작됐다. 겉면에 한국 전통문양, 내부에는 불탄 흔적의 문양을 새겨 전쟁의 전화를 상징화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패를 내려놓으며 "한국은 지금도 6.25전쟁 당시 찾지 못했던 미군들의 유해를 발굴해서 발굴하는 대로 미국에 송환을 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 지역에는 더 많은 유해가 묻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한 분의 미군 용사 영혼까지 끝까지 찾아서 미국으로 그리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은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서 돌려드리고, 최상의 예우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알링턴 국립묘지에 이어 문 대통령이 찾은 곳은 미국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판 뉴딜정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방문"이라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복지 시스템과 기준을 도입하고 통합적 리더십으로 국내 경제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끈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스벨트 대통령 손자인 델 루스벨트(Del Roosevelt) 미-사우디 비즈니스 협회장이 참석, 직접 문 대통령을 안내했다.
문 대통령은 루즈벨트 조각상 앞에서 설명을 듣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부흥의 시기로 이끌었다"며 "코로나19로 당시와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진행했던 정책들을 본받아 한국판 뉴딜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공황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어 분열하기 쉬운 상황에서 통합을 이룬 대통령"이라며 "대선 때 루스벨트 대통령을 롤모델로 제시했었다"고 했다.
이에 델 루스벨트 협회장은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서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 주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루스벨트 기념관' 방문에 동행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책자를 기념으로 증정했다.
청와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루스벨트 대통령을 롤모델로 꼽고 있으며 미국 행정부도 중산층과 공공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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