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CJ제일제당이 미생물이 있는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통한 '화이트 바이오'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행복한콩 두부' 묶음제품에 자연에서 분해되는 소재로 만든 투명 비닐을 적용했다. 기존의 석유화학 소재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연간 약 50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생분해 소재 포장재를 적용한 제품은 총 10종이다. 4종은 PHA와 PLA를 혼합한 소재이고 6종은 PLA 소재로만 만들어졌다.
PLA는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플라스틱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재료로 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에는 생산량이 가장 많다. 글로벌 재생수지 조사단체인 'Nova'의 2018년 집계에 따르면 PLA의 생산량은 전체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량의 44%를 차지한다.
PLA는 열과 공기를 투과하는 성능이 뛰어나 쓰레기봉투, 쇼핑백 등 1회용 포장재의 재료로 주로 쓰인다.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니 의료용 플라스틱이나 3D 프린터의 잉크 역할을 하는 필라멘트로도 각광받는 소재다.
하지만 PLA 성분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내구성과 분해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PLA는 대부분 58℃ 이상의 환경에서만 분해된다. 분해력은 자연에 버린 후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자연 분해로 사라지느냐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느냐 하는 것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즉 PLA는 친환경적인 요소를 가미했지만 완전히 친환경 소재 제품은 아닌 것이다.
◆ 먹는 음식보다 분해력 강한 플라스틱에 꽂힌 CJ제일제당
이에 CJ제일제당은 PHA 소재에 주목했다. PHA는 분해력이 최상급으로 평가된다. 미생물이 있는 산업 현장, 집, 토양, 바다에 버려도 3년 이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996년 보관한 미국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에서 만든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24년이 지난 2020년까지 썩지 않았다는 인증 영상이 최근 다시 논란이 된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 기술'이 아닐 수 없다. 먹는 음식보다 분해력이 강한 플라스틱의 상용화가 시작된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다에 PHA를 버려도 자연분해될 정도로 분해 성능이 좋다"며 "동시에 내구성도 좋아 다회용 포장용기 재료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혁신성에도 PHA가 일반 플라스틱을 대체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데 있다. 박테리아나 미생물에서 추출하는 물질이니만큼 양산을 위해서는 이를 생산해 내는 미생물을 다량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PHA 다량 생산은 진입 장벽이 높아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제품을 대량 생산 가능한 회사는 일본의 카네카, 미국의 다니머와 CJ제일제당 3개 회사 밖에 없는 상황이다.
PHA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니 라우와 리처드 베일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이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4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의 80%가량을 감축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2040년 플라스틱 쓰레기가 7억1천만t 가량 쌓일 것으로 전망했다.
로크만 교수는 "플라스틱 공해는 전 지구적으로 모든 해양 생태계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의 예상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플라스틱 경제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CJ제일제당, 유럽 등서 5천톤 선주문…글로벌 시장규모 5년 내 3조원대 전망
이런 공공성 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전망도 밝다. PHA는 현재 해외에서는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에 해당 성분으로 만든 플라스틱 제품 주문을 해오는 기업들은 대부분 유럽 기업들이다.
CJ제일제당은 작년 11월부터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상황이라 아직 매출이 나오지는 않지만 올해 말 인도네시아 생산 라인 완공된 후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당초 양산 계획을 뛰어 넘는 5천 톤 이상의 선주문을 해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지속 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노리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글로벌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5년 내 3조원 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PHA 뿐 아니라 PLA 등을 포함한 화이트 바이오(환경·에너지 시장규모) 글로벌 시장은 2019년 40조원으로 연평균 4%씩 성장하고 있다. 그린바이오 시장(약 190조원)보다는 작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 성장 가능성은 더 클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의 경우 식품사업보다 마진 등 수익성도 좋기 때문에 영업이익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식품업체는 곡물가격이 오르면 마진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원자재값 상승이 주가의 변수로 작용해왔다. 지난해 3분기부터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CJ제일제당도 원재료 투입단가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화이트 바이오는 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생산한 PHA 중 80%가 빨대, 페트병, 포장재 개발에 쓰인다"며 "앞으로 PHA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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