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 연구팀이 세계 최고 세기 레이저 기록을 세웠다. 레이저 기술은 극한 물리현상 탐구의 이정표라 할 수 있는 제곱센티미터 당 10의 23승 와트(W/㎠)대로 진입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남창희 단장(GIST 교수) 연구팀은 초강력 레이저를 1.1×10의 23승 W/㎠ 세기로 모으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는 1960년대에 발명된 이래 계속 강력해지고 있다. 현대 레이저 기술은 지구 전체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10%에 해당하는 출력을 낼 수 있다. 극한의 물리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강력 레이저는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에서 활용된다.
초강력 레이저와 만난 물질은 순식간에 분해돼 전자, 양성자 등으로 이뤄진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플라즈마는 물질의 원자핵(+극)과 전자(-극)가 분리돼 이온화된 상태를 말한다. 우주의 99% 이상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초강력 레이저로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극한의 물리현상을 연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초신성 폭발, 천체 물체에 의한 엑스선 발생과 같은 다양한 천체 현상을 비슷한 조건에서 구현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초강력 레이저로 하전입자(전자, 양성자, 중이온 등)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수 있다.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4PW(페타와트, 10의 15승 와트. 1천조 와트) 레이저를 이용해 가벼운 하전입자인 전자를 빛의 속도의 99.99% 이상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전자와 빛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어 이제까지 이론적으로만 예측했던 양자전기역학(QED)과 같은 현상을 실험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PW는 전 세계 발전 용량의 1천 배에 해당하는 출력이다. 레이저의 ‘세기’는 출력을 얼마나 작은 공간에 집중시키는지를 의미한다. 각종 물리현상 탐구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04년 미국 미시간 대학이 10의 22승 W/㎠ 세기에 처음 도달한 이후 지금까지 10의 23승 W/㎠ 에 다다른 연구팀은 없었다.
강력한 레이저 세기의 구현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가능한 한 짧은 시간과 좁은 공간에 압축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최대의 에너지를 내야 한다. 초강력 레이저가 펨토 초(10의 –15승 초) 동안 지속하는 이유이다.
레이저 빔을 좁은 공간에 모으는 데 그동안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경 변형 거울과 대구경 비축 포물면 거울을 새롭게 제작했다. 대구경 변형 거울은 레이저 빔의 파면 왜곡을 높은 분해능으로 보정했다. 대구경 비축 포물면 거울은 레이저 빔의 효율적 집속에 각각 사용된다.
그 결과 4페타와트 레이저 빔을 지름 1마이크로미터의 초소형 공간에 모을 수 있었다. 이는 이전에 같은 레이저를 지름 1.5 마이크로미터 공간에 모은 것과 비교했을 때 면적 대비 2배 이상 향상된 수치이다.
남창희 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IBS의 초고출력 레이저 시설이 세계 최고임을 입증했다”며 “극한 영역에서의 새로운 물리 현상들을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논문명:Realization of laser intensity over 10의 23승 W/㎠)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옵티카 (Optica)’ 5월 6일 자 온라인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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