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통가의 가격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너도나도 '최저가'를 외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례 없는 생존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 쿠팡發 '최저가' 경쟁…"내가 제일 싸"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경쟁전에 불을 댕긴 건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 2일부터 기한 없이 '로켓배송 상품 무조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최저가 상품도 배송비가 붙으면 더 이상 최저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니 사실 상 우리가 제일 싸다는 식이다.
이마트가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쿠팡과 롯데마트, 홈플러스를 가격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마트는 이들이 더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기로 했다.
같은 날 편의점 업계도 신선식품을 앞세워 경쟁전에 참전했다. GS리테일은 온라인 장보기 몰에서 50여종의 채소를 초저가로 판매하는 '채소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CU는 오는 30일까지 대파, 깻잎, 모둠 쌈 등 6종 채소를 대형마트보다 싸게 파는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12일, 쿠팡에 이어 미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켓컬리도 최저가 판매 프로그램인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첫 구매 시에는 인기 제품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도 내놨다.
이들의 연이은 도발에 롯데마트가 마지막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14일부터 생필품 500여개 제품을 최저가로 판매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롯데마트GO앱'으로 결제하면 포인트도 5배 적립해준다.
◆ "'10원 전쟁' 잊었느냐" vs "유통 혁신 과정"
유통업체 간 가격 경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먼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가격 이득을 볼 수 있으나, 향후 시장이 기형적으로 변해 그 피해가 오롯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있다. 대형마트들은 10여년 전 '10원 전쟁'을 치룬 바 있다. 당시 이들의 과도한 출혈 경쟁은 납품 업체 단가 낮추기 등의 부작용을 낳았고, 승자 없는 전쟁으로 끝이 났다.
제조업체의 속내도 복잡하다. 유통업체 간 경쟁이 길어질 수록 어떤 식으로든 그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아직 유통업체로부터 납품가를 낮추자는 얘기는 없었으나, 장기화할 시에는 아무래도 압력이 내려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를 유통 혁신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의 가격 경쟁은 과거의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물론, 배송과 판매자 서비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함께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 생태계가 진화하고 있는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같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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