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2019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LG, SK에 이어 롯데까지 정기 공개채용(공채)을 없애기로 했다. 기업 측면에선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그때그때 뽑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이같은 분위기 확산으로 신규 채용 규모가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계열사별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다. 이에 최근 구직 사이트 등을 통해 수시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롯데는 매년 상·하반기에 두 차례 대규모 정기 공채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디지털전환(DT)직무 인턴 등 일부 전형에 수시채용을 시범 운영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코로나19를 고려해 계열사 주도의 공채를 운영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채용 방식 변경에 따라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롯데리조트, 롯데캐피탈, 롯데정보통신, 롯데푸드 등 롯데 계열사는 개별적으로 필요한 인재상 및 분야를 공고하고 채용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사장에서 치르던 인·적성시험인 '엘탭(L-TAB)'도 수시채용에 맞춰 온라인 시험으로 변경됐다. 또 기존 임직원의 인사기록카드에서 기수를 삭제하고 입사 연도만 남겨놓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최근 IT 인력을 비롯한 외부 인력 유입이 늘어나면서 기수 문화 부작용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안다"며 "이번 일을 통해 기수문화와 순혈주의를 없앰으로써 외부 인력이 조직에 쉽게 융합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것이 기업 운영 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인원을 한자리에 모아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롯데까지 수시 채용에 나서면서 5대 그룹 중 삼성만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는 곳이 됐다. 최근 몇 년 새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10대 그룹 절반이 수시채용을 도입하면서 일각에선 삼성도 수시 채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대졸 신입 채용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대규모 채용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이 연간 1만 명가량의 신입사원을 뽑는데 이처럼 많은 인력을 채용하려면 특정 기간에 원서를 받아 동일한 시간에 시험을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외 주요 대기업의 수시 채용 전환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수시 채용 확산을 부추겼다. 경영 악화로 필요한 인력 규모가 감소한 데다 방역 등의 이유로 많은 인원이 한 곳에 모여 시험을 치르는 것이 기업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도 같은 이유로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500대 기업 채용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한 곳은 36.4%에 불과했다. '신규 채용 방식으로 수시 채용을 활용하겠다'는 기업은 76.4%였고, 이 중 38.2%는 '수시 채용만으로 직원을 뽑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취업준비생들은 각 기업의 채용 규모가 축소된 데다 수시 채용에 나선 곳들이 많아지면서 일자리가 더 사라질까 염려하는 눈치다. 또 공채에 나서는 곳이 점차 줄어들면서 어느 기업에서 몇 명을 채용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시 채용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과연 담보될 수 있느냐도 취준생에겐 의심스러운 요소가 될 것"이라며 "수시 채용은 지원자가 한꺼번에 공개경쟁을 거치는 것이 아니어서 지원자의 이른바 '백 그라운드' 등의 부정적인 요인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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