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신작 온라인 RPG, '콘솔 무기' 장착

올 초부터 '신무기'를 장착한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 RPG)이 속속 등장한다.

몬스터 사냥과 능력치 올리기를 중심으로 하는 천편일률적인 형태에서 무게중심을 옮기며 새로운 특징을 가미하고 있는 것. 콘솔이나 PC 패키지 게임에서 맛볼 수 있었던 액션과 전략성을 담아내는 게 신작 MMO RPG들의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간 대규모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플레이하는 온라인 RPG에서는 이러한 패키지 게임들의 요소를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PC 사양의 한계는 물론이거니와 네트워크 전송량 문제로 싱글플레이나 1대 1 대전을 위주로 하는 패키지 게임의 액션이나 전략성, 그래픽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포화상태에 이른 온라인 RPG 시장에서 한 대씩 치고받는 '핵 앤 슬래시(Hack and Slash)' 방식의 전형적인 게임은 더 이상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와 함께 게임 개발기술의 발전과 게임엔진의 고도화, PC 사양 및 네트워크 성능의 개선으로 PC·비디오 게임에 버금가는 질을 갖춘 온라인 RPG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줄줄이 출시되는 대작 온라인 게임들은 국내 이용자들의 체질 개선을 유도해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패키지 게임에 익숙해 있는 일본과 북미, 유럽 시장까지 진출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 공개 서비스에 들어간 '라스트 카오스'와 올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서 공개되는 '썬', 그리고 비공개 테스트 중인 '요구르팅' 등은 콘솔 게임의 액션성을 구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라스트 카오스'는 가상서버 기술이 적용된 '퍼스널 던전'을 통해 수많은 이용자들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각각 모험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곳에서는 멀티공격을 통해 동시에 여러 몬스터들을 한 번에 가격할 수 있어, 비디오 게임에서와 같은 짜릿한 손맛을 느껴볼 수 있다.

이 게임은 노말 범퍼맵 렌더링 및 필터링 기법 등 최신 기술을 통해 그래픽 면에서도 화려한 패키지 게임들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웹젠이 내놓을 '썬'은 콘솔 게임의 액션을 100% 구현해낸다는 목표 아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웹젠 개발팀은 지난 2003년 상반기부터 '썬'을 위한 자체 엔진을 개발했다.

'썬'에서는 전투의 액션성이 강조되는 만큼 몬스터 사냥에 의한 능력치 올리기나, 고급 아이템 획득과 같은 요소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진다. 대신 각종 요소들에 의해 액션성이 극대화되는 미션 플레이가 핵심이 된다.

'요구르팅'은 진행방식부터 변화를 주어 제한된 이용자들이 스테이지형 공간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패키지 게임에서 주로 나타나는 '한 판'의 묘미를 도입한 것이다.

콘솔 게임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화려한 그래픽과 경쾌한 전투는 기본이다.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사용하는 기술에 따라 다른 효과를 가져다줌으로써,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을 통한 콘트롤이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략성이 강조되는 온라인 게임들도 속속 등장한다. 기존 MMO RPG에서 능력치가 높거나 고급 아이템을 소지한 캐릭터가 최강의 힘을 발휘하는 것과 달리, 이들 게임에서는 '스타크래프트'에서와 같은 전략이나 협동 플레이가 핵심을 이루게 된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라플레 크리에' 등은 고도의 전략성을 요구하는 신작 MMO RPG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는 한 사람의 이용자가 3개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클래스의 캐릭터로 팀을 구성해 공격력을 높일 수 있고, 모두 같은 클래스의 캐릭터로 효과를 집중시킬 수도 있다.

이용자는 3개의 캐릭터를 직접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고 인공지능을 통해 이용자가 조종하는 캐릭터 외에 나머지는 자동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어, 혼자서도 패키지 게임에서처럼 전술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라플레 크리에'는 기존 RPG의 애완동물(펫) 또는 소환수와 유사하면서도, 여러 방면에서 강화된 기능을 가진 '크리처 시스템'을 특징으로 한다.

보통 RPG의 펫 시스템은 애완동물을 육성하고 전투에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선에서 그치지만, '크리처 시스템'에서 '크리처'는 이용자의 캐릭터와 함께 진화하며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아이템도 장착할 수 있다.

'크리처'는 육성 상태나 아이템 장비에 따라 이용자의 캐릭터보다 더욱 강력한 전투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전사형, 힐러형, 궁수형, 마법사형 등 다양한 스타일이 지원되고, 수십 가지를 한꺼번에 보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캐릭터와 '크리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다양한 전술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는 MMO RPG에서 벗어나 대전 액션 장르에 가까운 '길드워'를 조만간 공개한다.

길드 간의 대결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길드워'에서는 각종 기술과 아이템을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하는 점이 전략적 완성도를 결정한다.

1인당 이용할 수 있는 제한된 캐릭터 중 각자 어떤 것들을 선택해 팀을 구성할 것인지, 보조 캐릭터(NPC)를 어떠한 형태로 활용할 것인지 승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팀원 간 협동 플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될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각 업체들은 새로운 시도로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개발사들의 실험과 도전정신이 올 한 해 게임시장에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