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바이러스에 대항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거나 특정 유전자를 발현하는 등 생체 내의 신호전달 역할을 하는 스위치 단백질은 스위치가 켜지면 기계가 작동하듯이 온·오프로 세포 기능을 제어한다.
이러한 신호전달 스위치 단백질을 질병의 진단, 치료 경과의 추적, 병원 미생물의 감지 등 바이오센서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자연계에는 스위치 단백질의 수가 제한되어 있고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KAIST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는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표적을 감지하면 빛을 내는 단백질 스위치를 새롭게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단백질 기반 고감도 바이오센서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자연에 존재하는 단백질에 의존하지 않고 물리화학적 원리에 기반한 계산적 단백질 설계 방법으로 인공적인 골격 단백질을 만들어 냈다. 두 부분으로 나뉜 골격 단백질은 심해 새우의 발광 단백질과 재조합해 신호를 감지하면 빛을 내게 했다. 그 자체로는 꺼져 있다가 감지하려는 표적 단백질을 존재하면 이와 결합하고 결과적으로 발광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표적 단백질의 농도에 비례해 빛의 세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표적 단백질의 존재와 농도를 감지할 수 있다. 순전히 열역학적 결합을 기반으로 센서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설계가 단순하고, 시료의 전처리 없이 즉각적인 발광 반응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판독하기 쉽다.
연구진이 개발한 단백질 시스템은 모듈식으로 마치 레고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다. 표적결합물질만 바꾸면 다양한 단백질 센서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 등 8종류의 단백질을 감지할 수 있는 고감도(나노몰 이하) 센서를 실제로 제작해 높은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개발한 플랫폼의 모듈성과 민감도는 광범위한 용도의 다양한 센서를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단백질 센서의 작동 방식은 자연의 모방을 넘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과 기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예를 보여준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LG연암문화재단의 지원으로 KAIST 오병하 교수가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 실험실에 1년간 방문한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KAIST 생명과학과 이한솔 박사와 강원대학교 홍효정 교수가 참여했다. 논문은 1월27일 네이처(Nature)紙에 게재됐다. (논문명 : De novo design of modular and tunable protein biosens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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