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엄청난 사회적·문화적·기술적 문명의 교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급속히 발전하는 `디지털 공학'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일상의 황폐화는 물론 실업·빈곤·교육 및 디지털 격차·고령화 문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정호 KAIST 교수가 디지털 변혁과 코로나19가 촉발한 기술 변곡점에 직면해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퍼스트무버'로 치고 나갈 최적기라는 비전을 담은 신작 '공학의 미래-문명의 대격변, 한국 공학이 새롭게 그리는 빅픽처'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책에서 진정한 디지털 기술 독립을 이루기 위한 한국 공학의 역할은 물론 우리 사회가 짚어야 할 문제들을 논의하고,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반도체 기술의 개발 방향과 함께 그 토대가 되는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한 해결책을 짚고 있다. 디지털 공학의 기초인 수학의 원리와 인공지능, 컴퓨터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코로나19 이후 전개될 4차 산업혁명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까지 제시한다.
책에서는 특히 미국의 이공계 대학원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국내 대학에서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반적인 이공계 연구현장의 틀이 과연 현재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창조성'과 '원천성'에 기여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한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상품 가치가 가장 높은 연구 주제는 실리콘밸리 기업이 개발하고 군사·우주 분야처럼 보안이 필요한 연구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연구자가 진행한다. 개량이 필요한 연구 주제는 해외 유학생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배경 때문에 미국 이공계 대학원이 중국·인도·한국 등 아시아계 학생들로 채워진다. 김 교수는 그런 유학생들이 고국에 돌아와 교수가 되었을 때 그 연구를 이어받은 제자가 진행하는 연구 주제가 실제로 우리 삶에 독창적이면서, 상업화가 가능하고,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연구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연구의 목표를 상당 부분 SCI 논문 등재로 설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소규모 실험에 머물러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어 내기 어렵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책의 핵심 주장은 "지금까지 방향이 아닌 속도에 초점을 맞춘 `빠른 추격자' 성장 모델에 안주해 온 우리 공학이 이제부터라도 정해진 이론과 방정식이라는 규칙을 넘어 존재하는 세상을 과감히 두드리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도전의 동반자가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반도체 기술이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4차 산업혁명은 고정관념에 젖어 있는 우리 공학에는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공학이 단순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위기는 지속되겠지만, 인간의 욕망이 향하는 방향을 제대로 간파해 '디지털 융합 기술'을 추구할 때 살아있는 공학이 되어 인류를 위해 기능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수학, 인간의 마음을 읽는 인문학, 영역을 넘어 소통하는 융합의 기술이 필수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공학이 이제부터라도 뿌리 깊은 `공학적 도그마'에서 벗어나 융합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진정한 융합을 통해서만 창조적이고 원천적인 연구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미국 유학 시절 겪었던 일, 무선 배터리 충전 개발에 얽힌 일화, 인공지능과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 수학의 아름다움과 유용성, 디지털 공학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KAIST에서 후학을 길러내며 느꼈던 인재 육성에 관한 소회 등 현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지은이 김정호 교수는 세계적인 인공지능 반도체 컴퓨팅 융합 연구의 선구자이자 고속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카데믹에서 HBM(High Bandwidth Memory)분야 세계 1위 연구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무어의 법칙을 극복할 3차원 구조의 반도체를 제안해 인공지능 반도체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쳐, 미국 미시건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D램 설계 업무에 참여했고 현재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AI 대학원 겸임교수, 글로벌전략연구소(GSI) 소장, 삼성전자 산학협력센터장, 한화 국방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미국 전자공학회 석학회원(IEEE Fellow)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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