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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변동금리 차주는 신축년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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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열에 일곱은 변동금리 대출 받아…올해는 금리 상승 전망 지배적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국내 대출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변동금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면 금리가 상승할 때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미국 바이든 정부 효과, 한국 국채 발행 증가 등으로 인해 향후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전체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69.2%로 집계됐다. 10명 중 7명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 열에 일곱은 변동금리…금리 하락 예상되자 '우르르'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조달 비용인 기준금리에 마진·차주 신용도 등의 가산금리를 더한 값에서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식으로 정한다.

'변동금리' 대출과 '고정금리' 대출은 기준금리에 따라 정해진다. 변동금리 대출은 기준금리를 은행채 등 금융채나 코픽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향후 이들의 변동 폭에 따라 이자도 달라진다. 최근 은행들은 '혼합형 금리'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5년간 고정금리로 이용한 후 그 이후엔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이다. 혼합형 상품은 고정금리로 분류된다.

통계를 보면 지난 해 1분기 중 변동금리 비중은 49.8~56%대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부터 서서히 오르더니 6월말 기준 69.6%로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 2%포인트 내외로 변동폭을 보였지만 꾸준히 60%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 표. [그래픽=아이뉴스24 DB]

배경엔 코로나19가 있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이 정책금리를 내리는 등 시장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변동금리로 몰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엔 변동금리, 오를 경우엔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작년까진 혼합형 금리 차주가 좀 있었는데, 작년엔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면서, 많은 차주들이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했다"라며 "반대로 앞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혼합형 상품을 선택하는 차주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올해는 다르다…한·미 경기 부양에 장기금리 지속 상승 전망

올해는 작년과 정반대의 관측이 나온다. 시장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 정책을 펴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실현되면서 그 동력은 더욱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2~3조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언급한 바 있다.

재원은 상당 부분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채권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발행 물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금리는 오르게 된다.

박민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금리는 정책 확대, 백신 유통 등으로 장기물 위주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옐런 재무장관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코로나로부터 벗어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는데, 재정정책이 주도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은 실물 자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국채 물량 부담으로 금리 상승 요인으로 상존한다"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지난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0년 사이 한·미 국채 10년물 금리간 상관계수(일간)는 0.786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의 국고채 금리의 상승 압력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승 요인도 봐야한다. 지난 해 12월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고채 발행 한도를 176조4천억원으로 정했다. 지난 해 대비 1조9천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역시 국고채 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모두 변동금리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국고채는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금융채와 연동성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해 8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87%에서 11월 0.97%로 올랐다. 같은 기간 금융채 금리도 0.89%에서 0.97%로 상승했다.

금융채 금리 자체가 오를 이슈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한해 만기 도래 예정인 은행채 규모는 모두 154조1천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조5천133억원 많다. 대부분이 채권을 새로 발행해 만기를 막는 '차환' 방식을 사용하는 만큼,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경쟁 과정에서 금리는 상승한다.

◆ 한 껏 부푼 가계대출…차주들 간담은 서늘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생활 자금 수요,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 불리는 투자 행태로 가계부채는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조5천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폭이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적지 않은 차주들은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특히 '영끌'로 부동산을 구입한 차주들의 부담이 클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의 볼륨이 큰 만큼,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부동산의 경우 유동화가 어려운 만큼, 영끌한 차주들의 부담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 수준으로 전망했다. 빠르면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나올 수도 있다.

전문가는 이에 대비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대출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금리가 오를텐데, 그에 따른 이자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전반적인 대출 규제는 어려워도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들을 선제적으로 골라내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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