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권 수장들이 여당과의 '케이(K) 뉴딜 간담회'에서 정부가 뉴딜 사업의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세제 혜택, 자기자본 규제 완화 등이 이뤄져야 민간 자금이 보다 활발하게 투자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금융권의 이익공유제 참여와 관련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국내외 자금이 상업용 부동산에 과하게 몰렸다면서,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유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5대 금융지주(KB,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유관기관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뉴딜 금융권 참여 방안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 "금융권 플레이어 역할 커…상업용 부동산 과다투자 우려"
이날 간담회는 금융권의 K-뉴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인 김진표 의원, 윤관석 정무위원장, 유동수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참석했다. 금융업권에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다.
유관기관에선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이 자리를 같이 했다.
K-뉴딜이란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해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양대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5년 동안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간담회에서 김진표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선도 경제로 가기 위한 기초를 다지기 위해선 민간 투자자금들이 한국판 뉴딜과 이를 주도하는 프로젝트 펀드에 참여하는 기업에 얼마나 빨리 투자가 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성과가 나오려면 시장 반응이 없으면 안 되며, 그런 점에서 실제로 플레이어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들께서 좋은 대안을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특히 한국의 전체 여신 중 절반 이상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금융에 잠겨있다며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상업용 오피스 빌딩의 경우 공기업 또는 대기업들에 의해 과다 투자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 전역에 공실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도 강남 쪽 빌딩은 35% 가량 올랐다"라며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상당한 버블이 껴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대형은행에게 전체 대출의 40%까지만 부동산 금융을 취급하도록 규제했는데, 이 때문에 상당히 많은 자금이 우리나라로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향후 부동산 수익률이 높다고 알려지면, 국제 투자자가 그쪽으로 몰릴 수 있으니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추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은 오피스 빌딩에 대해 감정평가액의 50~75% 수준에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금융권도 간담회에서 오피스 빌딩에 대한 대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동의했으며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부동산 금융에 대한 위험 관리를 강화해 나가는 한편,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K-유니콘 프로젝트'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필요 시 (중국의 40% 규제) 조치 등을 적절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자율적으로 해나가는 것으로 이야기했다"라고 밝혔다.
◆ 금융권 "정부가 어느정도 리스크 부담해줘야:…이익공유제 논의는 없었다
금융권도 적극적인 K-뉴딜 투자를 위해선 정부의 차원의 파일럿 사업 도입에 더해 뉴딜 사업의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세제 혜택, 자기자본 규제 완화 등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권은 지난 해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70조원 규모의 대출·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K-뉴딜 금융지원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은행권에선 투자 과정에서 리스크를 반영하다보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상승할 텐데, 증권사와는 다르게 은행들은 끝까지 보유할 수밖에 없다"라며 "금융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별도로 검토한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을 줄여야 리스크도 떨어지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금융권의 '이익공유제' 참여나 가계대출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익공유제란 기업의 이익을 사회 구성원과 나눈다는 개념인데, 최근 여당에선 금융업계가 코로나19 확산기에도 꾸준히 이익을 내온 만큼, 금융회사에도 이익공유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데다, 배임의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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