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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사 맹탕 사과문, 면죄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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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게임은 가장 대표적인 소비자거래(B2C) 사업이다. 이용자 반응에 따라 게임의 흥행이 결정된다. 그렇기에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이 필수다. 이용자들의 여론에 빠른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백이면 백 게임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이용자의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게임사들의 사과문은 각양각색이다.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전 선제적이고도 적절한 사과문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렸다면 긍정적이지만, 불행히도 상당수가 그와 정반대다.

처음에는 애매한 단어 선택과 불분명한 대책 마련으로 일관하다 이용자들의 항의가 거세지면 그제야 보다 높은 직급의 책임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 강한 표현과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사과하는 사례로 이어진다.

넷마블이 국내 배급하는 '페이트 그랜드 오더(페그오)'의 이용자들은 지난주부터 넷마블 본사 주위에 트럭을 동원해 회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이들의 집단 반발은 기존 이용자 대상 '스타트 대시 캠페인 중단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기는 하나, 아이템 몇 개 지급받지 못한 것이 불만이라고 생각치 못할 정도로 사태가 커졌다.

이용자들은 넷마블이 수년간 각종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소통을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캠페인 중단만을 집단행동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오히려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넷마블이 이와 관련된 초기 사과문이 이들의 화를 돋우는데 결정적이었다. 1차 사과문에서 넷마블은 스타트 대시 캠페인의 적용 대상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으나, 정작 왜 이를 수행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2차 사과문은 한국 서버에 더 좋은 서비스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 대안이 전무했다. 3차 사과문까지 올라왔으나 왜 스타트 대시 캠페인의 적용 대상이 잘못됐고 이에 대한 후속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세부 설명은 없었다.

결국, 넷마블은 이후에도 세 차례나 더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4차 사과문은 게임을 담당하고 있는 본부장의 실명을 내걸었고, 5차 사과문은 결국 스타트 대시 캠페인의 적용 대상을 기존 이용자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구체적 대안이 이제서야 나온 셈이다.

그럼에도 반발은 거듭됐다. 결국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올리고 이용자들에게 유감을 표했다. 거듭된 사과로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는 했으나 넷마블 측의 대안 제시가 여전히 두루뭉술하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의 '에픽세븐' 역시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당시 구형 해킹 프로그램에 뚫릴 정도로 보안이 허술한 게 아니냐는 이용자들의 의혹에 직면했다. 실제로 각종 치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던전 등을 클리어했다는 이용자들이 잇따랐다.

회사 측은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은 이용자들을 제재할 것이고 이들에 대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1차 사과했다.

하지만 그간 게임 내 캐릭터 간 불균형, 각종 버그 및 소통 부재 등에 대해 회사 측에 커다란 불만을 가지고 있던 이용자들은 더욱 적극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첫 사과문이 올라온 이후에도 회사 측은 수차례 사과문을 다시 써야 했고 마지막에는 장인아 대표이사 명의로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다행스럽게도 절치부심한 스마일게이트는 그 해 11월부터 에픽세븐 유튜브 공식 채널을 개설해 실시간 방송을 하는 등 이용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게임사가 게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와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빈번한 일이다. 반드시 게임사 잘못으로 모든 것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운영 과정에서 과실 등을 저질렀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에게 무엇을 보상할 생각인지 등을 처음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전히 많은 게임사들이 사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위에 언급한 게임들 외에도 수많은 게임사들이 이 같은 실수를 저질렀고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욕을 실컷 들었다. 게임이 철저한 B2C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리스크 관리'일 수 있음에도 말이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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