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대규모 생산설비 없이 수소와 산소만으로 과산화수소를 직접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KIST와 고려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의 과산화수소 직접 합성 촉매로 주로 연구돼 온 팔라듐에 비해 효율이 월등히 높은 백금-금 합금 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촉매를 사용하면 팔라듐 촉매를 사용할 경우 30~40%에 불과했던 과산화수소 선택성을 95%까지 올려 물은 소량만 생산하고 대부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과산화수소는 소독제, 표백제로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만능 산화제다. 하지만 대규모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만 생산할 수 있고, 생산 공정에서 독성 물질이 사용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산화수소 직접 합성법은 지금까지 주로 팔라듐(Pd) 촉매를 기반으로 연구돼 왔다. 하지만 팔라듐 가격이 비싼 데다 수소-산소 반응시 과산화수소보다 물이 더 많이 생성되는 문제가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한상수, 김동훈 박사,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이승용 박사, 고려대학교 이관영 교수 공동연구팀은 원소 조합에 의해 발현되는 물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론적으로 예측하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백금(Pt)-금(Au) 합금계 나노입자 촉매를 개발했다.
백금과 금은 서로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둘을 합쳐 촉매를 제작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백금과 금의 전구체를 섞은 후 환원시켜 강제로 합금 형태의 나노입자를 합성했다. 또한 이 방식을 활용하면 백금과 금의 전구체 양을 조절하여 입자의 함량을 제어할 수도 있었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백금-금 합금계 나노입자의 결정 구조와, 금의 함량에 따른 과산화수소 생산 능력의 변화를 원자 수준에서 예측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함께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 촉매를 활용하면 수소 가스와 산소 가스를 수용액에 주입하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대형설비 없이도 상온(10˚C), 상압(1기압) 조건에서 최대 95%까지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8시간 이상의 촉매 반응에도 백금-금 합금 형태가 잘 유지되면서 생산 능력에 저하도 없는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KIST 한상수 센터장은 “개발된 기술은 장소의 제약 없는 친환경 과산화수소 생산 기술로, 팔라듐 촉매의 한계인 낮은 선택성을 극복하여 상용화를 대폭 앞당겼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시행착오를 통해 연구해 나가는 분야인 촉매 소재 개발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기정통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저널인 ‘Acta Materialia’최신 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Solid-Solution Alloying of Immiscible Pt and Au Boosts Catalytic Performance for H2O2 Direct Synthesis. 제1저자: 이홍우, 남효빈,한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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