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암은 전이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한 곳에 암이 발견돼 치료하더라도 이후 전이암이 발생해 큰 고통을 준다. 국내 연구팀이 암세포 이동을 추적한 결과 지방세포의 지방산이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 주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유리지방산이 암세포 전이를 심화시킨다는 연구결과이다. 비만이 암을 악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가운데 암세포와 지방세포 상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s, FFA)은 지방세포에서 지방질 분해로 생성, 분비되는 지방산을 말한다. 세포의 에너지원 또는 대사와 성장을 위한 신호전달물질로 쓰인다.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전양숙 교수(서울대) 연구팀이 요코하마국립대 연구팀과 함께 지방세포의 지방산이 인접한 암세포를 자극하는 암전이 유발 기전을 규명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리지방산이 암세포의 HIF-1α를 활성, 종양의 악성화를 유도할 수 있음을 이미 알아냈었다(Communications Biology, 2020). 이어 암세포에 지방산을 유입시키는 공급원이 무엇인지 규명했다.
HIF-1α(Hypoxia-inducible factor-1α)는 상피세포인 암세포가 이동성과 침윤성을 지닌 중간엽 성격의 세포로 변하는 현상(EMT)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전사인자이다. HIF-1α 발현이 증가하면 예후가 나쁘다고 여러 암에서 보고되고 있다.
암세포와 다른 세포의 상호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기존 연구에서는 다른 종류의 세포로부터 획득한 배양액을 배양했을 때 혼합하거나 상하로 구획이 나뉜 배양 칩에 세포를 함께 배양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접근했다.
반면 국내 연구팀은 지방세포와 암세포가 직접 접촉해 자라도록 산소투과율이 높은 실리콘 소재(PDMS)를 이용했다. 세포가 3차원의 원형 구조를 가지며 서로 붙어 자랄 수 있는 3차원 배양 칩을 제작하고 암세포와 지방세포를 적정 비율로 함께 배양했다. 실제 생체환경과 유사한 암 미세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3차원 배양 칩에서 세포를 함께 배양,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지방산이 인접한 암세포의 HIF-1α를 활성화시키는 자극원임을 규명했다.
약 1700개 구획(각 500㎛)으로 된 칩에 여러 조합의 세포를 함께 배양해 타원체(spheroids)로 자라는 세포군집의 조밀한 정도를 비교한 결과, 암세포와 지방세포를 함께 배양했을 때 조밀도가 30% 정도 낮아졌다. 암세포가 활발히 움직였다는 것을 말한다.
형광표지 된 암세포를 지닌 생쥐모델의 복강(결장)에 지방산을 주입하고 형광 신호를 통해 암세포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암세포가 결정에서 간과 두부까지 퍼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반면 HIF-1α를 억제하는 간섭 RNA 조각을 지방산과 함께 주입한 경우 암세포의 이동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방산에서 HIF-1α로 이어지는 신호가 암세포의 전이 능력 조절에 관여함을 동물모델을 통해 검증한 것이다.
구축된 3차원 배양 칩은 지방세포 외에도 여러 종류의 기질 세포와 암세포 간의 상호관계 규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성과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에 2020년 12월 29일 자(논문명:Metastasis-on-a-chip reveals adipocyte-derived lipids trigger cancer cell migration via HIF-1a activation in cancer cells)에 실렸다.
전양숙 서울대 의대 교수는 “3차원 공배양 기법을 이용해 다양한 세포들과 암세포들로 이뤄진 암 조직을 구현해 암 미세환경에 미치는 세포 간의 영향을 밝히고 그 분자기전을 밝힌 것”이라며 “이번 시스템을 이용해 항암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고 무엇보다 암전이를 예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