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다.”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51)이 영원한 스승인 미헬스 리누스 감독에게 얻은 교훈이다.
차감독이 레버쿠젠에서 활약하던 당시 감독이던 네덜란드 출신의 리누스 감독은 1988년 유럽선수권에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준결승전에서 서독(현 독일)을 2-1로 누른 뒤 소련(현 러시아)을 결승전에서 2-0으로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 이 말을 남겼다.
우승의 짜릿한 감동이야 평생 간직하고 싶겠지만 승부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 만큼 그 감동은 어제 일로 넘겨버리고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는 냉철한 현실적인 사고가 이 말의 깊은 뜻이다.

특히 이 말은 독일어 숙어로 ‘Schnee von gestenrn’이라고 하며 ‘이미 다 지나서 소용없어져 버린 일’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어제는 어제일 뿐 오늘은 오늘대로 기쁜 일과 즐거운 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미래 지향적인 말이기도 하다.
지도자 인생 14년만의 우승을 일궈낸 차감독 역시 스승의 가르침대로 우승의 감격을 12일 당일로 마쳤다. 눈물을 쏟아내며 한풀이에 목이 메었지만 이제 차감독의 앞에는 새로운 도전 과제들이 거세게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은 수원 삼성의 창단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특히 올해 우승을 거둔 수원은 또 한번 아시아챔피언 등극을 노리며 한국 클럽으로는 최초로 세계클럽선수권에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

차감독의 수원은 우선 내년 2월13일부터 19일까지 한국에서 개최되는 A3챔피언스컵에 출전, 한국의 포항 스틸러스, 중국의 선전 젠리바오, 일본의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우승상금 40만달러(약4억원)을 두고 경쟁을 펼친다.
이후 수원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예선에서 중국 C리그 선전 젠리바오, 일본 J1리그 주빌로 이와타, 베트남의 호앙안 지아라이와 결전을 벌여 반드시 조1위에 올라야 상금 50만달러(약5억원)가 걸린 아시아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
지난 2001년과 2002년 아시아챔피언에 오르고도 세계클럽선수권이 취소되며 세계무대 도전이 좌절됐던 수원으로서는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차감독은 자신이 지난 98년과 99년 몸담았던 중국의 선전 젠리바오와 두 차례 대결을 펼쳐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해있다.
또한 올해 정규리그 우승에 머물지 않고 내년 정규리그도 또 한번 차지해보고 싶은 것이 차감독의 욕심이다.
내년 시즌에 대한 욕심을 묻는 질문에 차감독은 “그냥 고!”를 외치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창단 10주년을 맞는 수원 구단 역시 어느 해 못지 않은 전폭적인 지원으로 차감독의 A3대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K리그 우승 등 3가지 목표 달성을 돕겠다는 각오다.
우승감격을 채 느끼기도 전에 차감독은 13일 오후 4시30분 항공편으로 남해로 내려가 대한축구협회(FA)컵을 지휘할 계획이다. 14년만의 짜릿한 마수걸이 우승감격을 누린 차감독의 진면목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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