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회를 맞은 ‘올해의 작가상’은 동시대 미학적·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는 역량 있는 시각예술가를 대상으로 해마다 4명의 후원작가를 선정해 신작 제작 지원과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들의 추천과 심사를 거쳐 김민애, 이슬기, 정윤석, 정희승을 선정했다. 이들은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분야에서 각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김민애와 이슬기는 조형언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술관의 공간을 새롭게 인식·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정윤석과 정희승은 인간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시간을 제안한다.
공간과 구조물, 작품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은 ‘조각이 주어진 환경이나 맥락과 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작가의 오랜 질문에서 발원해 조각이, 미술이 무엇인가라는 성찰로 연결된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의 지인들이 보내온 세계 각지의 강물이 담긴 유리 용기들이 걸려 있다. 여기에 한국 민요와 프랑스 전통 놀이 등 유희적인 요소들이 곁들여진다.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정윤석은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사건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편 영화 한 편과 사진 및 영상 설치로 구성된 작품 ‘내일’을 선보인다. 특히 중심이 되는 동명의 영화는 인간과 닮은 인간의 대체물들을 만들거나 소비, 혹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의 전반부는 중국의 한 섹스돌 공장에서 이뤄지는 노동 현장의 풍경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일본에서 인형과 함께 살아가는 인물 센지, 인공지능 로봇을 정치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인물 마츠다의 이야기를 교차시킨다.
작가가 24인의 인물과 나눈 시간과 이야기들은 그들의 모습을 담은 초상, 그들의 일상에서 추출한 사물이나 대상의 이미지, 그리고 이 작업을 하면서 나눈 대화 속 문구들의 형태로 전환된다.
윤범모 관장은 “올해의 작가 4명의 경쟁 구도 속에서 이뤄지는 전시라 뜨겁지 않을 수 없다”며 “현대미술의 경계선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그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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