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컴퓨터업체인 레노보(Lenovo)가 IBM의 PC 사업을 인수했다.
IBM은 8일(한국 시간) 자사 PC사업 부문을 레노보에 넘기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레노보는 2003년 기준으로 매출 120억 달러, 판매 대수 1천190만대 규모의 세계 3대 PC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또 전세계 160개국을 망라하는 IBM의 영업 유통망과 'Think' 브랜드를 확보, 아시아 지역 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 인수 조건은?
이번 거래로 IBM은 앞으로 레노보의 전세계 서비스 및 파이낸싱 분야 우선 공급자가 된다. IBM은 앞으로 레노보 그룹 주식 18.9%를 갖게 되며, 절차가 마무리되면 매각에 따른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레노보는 IBM의 PC 우선 공급자가 되어, IBM이 대기업 및 중소기업 고객에게 광범위한 개인용 컴퓨팅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레노보에 PC사업을 넘기는 대가로 IBM은 최소 6억5천만 달러의 현금과 6억 달러 상당의 레노보 그룹 보통주를 받게 된다. 또 3년간의 권리행사 보류 기간 후에는 레노보 지분 18.9%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자리잡게 된다고 밝혔다.
반면 레노보는 5억 달러 상당의 대차대조표상 채무 부담을 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이번 거래는 총 17억5천만 달러 규모라고 IBM 측은 밝혔다.
레노보는 기존 보유 현금 및 융자 등을 통해 IBM에 지급할 현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주식은 1주당 2.675 홍콩 달러 가격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 금액은 2004년 12월 3일 종가를 기준으로 책정됐다.
IBM은 앞으로 레노보에 합류할 IBM PC 전문가들과 약 3만명의 IBM 전문 세일즈 인력, 온라인 영업 채널(ibm.com) 등을 통해 마케팅 및 수요 촉진 지원을 하게 된다. IBM 글로벌 파이낸싱과 IT서비스 조직인 IBM 글로벌서비스는 레노보의 리스 및 파이낸싱, 유지 보수 서비스 우선 공급자가 된다.
◆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양사간 PC 사업 통합 작업은 레노보 주주 및 관련 당국 승인을 거쳐 늦어도 2005년 2분기 중에는 완료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레노보 그룹 지배 주주인 레노보 홀딩스(Lenovo Holdings)는 이번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BM의 PSG(퍼스널컴퓨팅사업부) 책임자인 스티븐 워드(Stephen Ward)가 새로 출범할 레노보의 최고경영자(CEO)는 맡을 예정이다. 양 유안킹(Yuanqing Yang) 레노보의 CEO 겸 부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레노보 그룹의 류 추안지(Chuanzhi Liu) 회장은 "지난 20년간 레노보는 중국은 물론 아시아권의 선도적인 IT 기업이 되도록 이끌어 왔다"면서 "이번 인수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IBM의 샘 팔미사노 회장 겸 CEO는 "(이번 조치는) IBM이 기업 시장에 대한 초점을 강화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PC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보하며 더 나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IBM은 레노보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IBM과 IBM Think 브랜드 PC 제품을 계속 공급할 것이다"면서 "앞으로도 IBM만의 연구개발 혁신역량을 기반으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용 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오픈 소프트웨어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가정 및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는 관련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고객 서비스, 제품 공급 등 기존 PC 사업을 평상시와 다름없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양킹 양(Yuanqing Yang) CEO는 "IBM의 글로벌 PC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맺음으로써, 레노보는 양사의 기술과 역량을 흡수 및 통합하는 한편,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획득하게 됐다"면서 " 그 뿐 아니라 다국적이고 다양한 고객 기반, 세계 곳곳에 이르는 세계 수준의 유통망과 보다 다양해진 제품 구성, 진보된 우수한 운영능력과 첨단 기술 등을 획득하게 됐다"고 밝혔다.
레노보는 브랜드 라이선스 협정을 통해 향후 5년간 IBM의 글로벌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Think' Family' 상표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양킹 양 CEO는 강조했다.
◆ 레노보는 어떤 회사인가?
1984년에 설립된 레노보는 중국에 처음으로 가정용 컴퓨터 개념을 소개한 회사. 레노보는 1997년 이래 매년 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선도적인 PC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IBM은 2003년 PC 사업 부문에서 9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데스크톱에서부터 모바일 PC 시스템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레노보와 IBM PC의 비즈니스 규모를 합할 경우 2003년 전세계 PC 시장의 약 8%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인수를 통해 레노보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세계 노트북 PC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레노보 그룹은 뉴욕에 PC사업 본사를 두고, 베이징과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Raleigh)에 주요 사무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세계 지역에 판매 사무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레노보 PC사업은 지난 2003년 일본을 제외한 아태 지역 12.6%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지난 1994년에 홍콩 주식시장에 등록한 레노보는 지난 3월에는 국제올림픽위원화(IOC)의 올림픽 파트너프로그램에 합류, 중국 기업 최초로 2005년과 2008년 IOC의 컴퓨터기술장비파트너가 됐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