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11월 정례회의를 열고 연 0.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 일치였으며,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네차례 연속 동결이다.
또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1.1%로 상향조정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망 상향조정은 국내 '코로나19'의 재확산이 겨울 기간 지속될 것을 전제로 했다"고 밝혔다.
당분간 재확산이 이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되면 단기적으로 경제, 특히 소비에 마이너스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이번 재확산의 경제적 영향은 올 연초보다는 작고 8월보다는 큰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 전망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에서 2단계 수준인 것을 감안한 것이며, 2.5단계 이상으로 상향되는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확진자수가 더 확대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된다면 경제,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큰 폭의 상황 변화가 있다면 이번에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밑돌 수도 있다"고 예상햇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3.0%로 상향됐다.
코로나19 재확산의 부정적 영향이 여전히 크지만 그를 넘어설만큼 수출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것이 내년 성장전망치를 높인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3분기 기업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했고 경기는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본다"며 "내년에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올해 연초와 같은 전 세계적인 생산 차질에 따른 수출 감소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으며, 내년 연간으로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예상이다.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주요 통화 대비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에 대해 이 총재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내 경제 지표,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글로벌 투자심리 개선, 일부 시장심리의 쏠림 현상도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만큼 움직임을 주의깊게 보고 있으며, 쏠림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우려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폈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장 정책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완화됐음에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이미 가계부채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증가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계의 재무상환능력 부담을 주고 가계 소비 제약을 줘 거시경게 전체의 부담이 된다"면서도 "내년에는 경제가 완만하지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아직까지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당장의 리스크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거둘 때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금 거시경제 여건을 보면 저점은 지났지만 회복세가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해 섣불리 완화 기조를 거둘 상황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단계는 아니고 그것을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국고채 발행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채권시장에서 수급 불균형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국고채 상황의 수급 변화에 따라 시장 금리가 상승할지, 변동성이 확대될지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국고채 매입 규모와 일정을 발표할 필요가 있는지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전자금융법 개정안 중 전자지급거래청산업 신설 조항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양 기관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급결제 시스템의 운영과 관리는 최종 대부자 기능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의 태생적인 업무이며, 다른 나라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제 불이행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필요할 때 유동성 지원을 하는 등 본질적으로 중앙은행이 핵심적으로 맡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 시스템은 출범 이래 한은이 안정적으로 관리해왔고, 금결원 사원총회에 한은 총재가 의장으로 의사결정을 해왔는데 금융위가 금결원을 포괄적으로 감독하겠다는 것은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차례에 거쳐 금융위와 의견 접촉을 했지만 한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보다 핀테크가 앞선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제도를 도입한 곳이 중국을 제외하고는 없다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