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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만 불리한 노사관계…"ILO 협약 수용 시 부작용 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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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대항권 '직장폐쇄'만 엄격 제한·노조 '직장점거' 허용…"노사 불균형 심각"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아이뉴스24 DB]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파업에 대한 대항행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노조의 직장점거에 대체근로도 할 수 없어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주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노사관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ILO협약을 수용하는 노조법 개정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어 부작용이 심히 우려됩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1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전문가 세미나를 통해 정부의 노조법 개정 강행 움직임에 대해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또 김 교수를 포함한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국회 계류 중인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노사간 힘의 불균형 심화로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해고자 노조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노사균형,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한국경제연구원이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간 힘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김희성 강원대 교수가 'ILO협약 비준과 사용자대항권 보완'을 주제로 발제했고, 패널토론에는 김영문 전북대 교수(좌장),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 최홍기 고려대 노동사회법센터 전임연구원이 참여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전무는 개회사를 통해 "노사관계의 균형을 위한 제도 정비작업 없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할 경우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화될 수 있다"며 "협력적 노사관계는 노(勞)와 사(使)의 선의가 아닌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 있을 때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LO협약 비준과 사용자대항권 보완'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은 강원대 김희성 교수는 ▲한국의 사용자대항권 현황 ▲사용자대항권 국제비교 ▲사용자대항권 보완방안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행위로 ▲조업을 중단하는 직장폐쇄(46조)와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의 금지(42조)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란 점거의 범위가 사업장 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 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직장점거를 뜻한다.

또 김 교수는 "직장폐쇄의 경우 노조법상 대항적·방어적 직장폐쇄만 허용되고, 판례는 직장폐쇄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로자 측이 행한 교섭실태 등 정황적 상황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공격적 직장폐쇄로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사용자의 대항행위로서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직장폐쇄가 어려운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허용하고 있는 대체근로도 전면금지(노조법 43조)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대체근로 금지규정이 아예 없거나, 파견근로자나 단기근로자에 한정해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반면, 한국은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어 산업현장에서 쟁의 발생 시 노사교섭력의 균형을 훼손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업이 인력대체 내지 수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과잉 제한하는 법률은 '누구를 어떠한 조건에서 사용하고 고용할 것인지'에 관해 스스로 결정하는 사용자의 자유를 박탈한 것"이라며 "직업선택·기업경영의 자유(헌법 15조)와 재산권(헌법 23조)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쟁의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의 정당성만을 강조해 대체근로의 금지를 강제하는 것은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등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현행 노조법은 쟁의행위로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을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로 한정해 실질적으로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허용, 점거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의 경우 근로자 단결권과 사용자 재산권·영업권이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하에 직장점거 형태 쟁의행위를 금지해 직장점거를 수반하지 않는 철수 파업(work-out strike)이 일반화돼 있다. ILO도 평화적 수단을 넘는 직장점거(근로희망자 출입 저지, 사업장 접근에 대한 제한)는 허용하지 않고 이들을 규제하는 입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은 사업장 내 점거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나 판례를 통해 부분적·병존적 점거는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로 파업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관련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노사관계가 안정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점거 파업이 다수 발생하고 있고, 점거형 파업 발생 시 손실이 막대해 사후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 교수는 "쟁의행위로서의 수단인 파업은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직장점거는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가 사용자의 의사나 요구에 반해 사업장에 머무르는 것으로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아니하는 근로자의 근로의사를 침해해 헌법 23조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조업 방해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세미나에선 현행 노조법(30조)은 노사 양측에 대해 성실교섭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위반 시 사용자만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받는 것도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노동조합의 성실교섭의무 위반에 대해는 아무런 벌칙을 두고 있지 않은 반면, 사용자의 성실교섭의무 위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서 처벌된다(노조법 제81조). 특히 우리나라 노조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이 처벌조항을 사용자를 압박하는 도구로서 활용돼왔다.

부당노동행위는 유럽의 경우 명시적 규정이 없고, 미국과 일본은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고 있으나 형사처벌 규정은 없는 반면, 우리나라만 강제력 있는 구제명령이 있음에도 처벌을 병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역시 곧바로 형벌의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어 과잉금지원칙 중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또 ▲형사처벌 폐지 ▲노동위원회를 통해 반복부과가 가능한 과태료 부과 ▲장래 이행을 도모한다는 관점에서의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검토를 제안했다.

기조발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노사균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쟁의 시 대체근로와 도급을 금지하는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노사간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는 "전임자 급여지급 조항과 급여지급을 위한 쟁의행위 금지 조항을 삭제하면 어렵게 도입된 근로시간 면제제도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홍기 고려대 노동사회법센터 전임연구원은 "파업 찬반투표에 대한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1회의 찬반투표를 수차례의 쟁의행위의 근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업기간과 손해 예측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유효기간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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