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100만 시대. 하지만 대한민국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3년이다. 최근 3년간 로드킬로 사망한 길고양이 수 11만 3,614마리. 게다가 생존에 취약한 새끼들은 50%가 질병과 굶주림, 로드킬의 이유 등으로 생후 30일을 못 넘기고 사망한다.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영어 속담과 달리 대한민국 길고양이들의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한국전쟁 이후 집 잃은 이재민들이 대규모 판자촌을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세운상가에는 인간사를 닮은 듯, 집 없는 길고양이들이 판자 지붕 위에 모여 지낸다. 인간의 시간인 낮 동안에는 지붕 위에 숨어 있다가 인간의 시간이 끝난 밤이 되면 마법처럼 고양이들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이렇듯 인간에게 사냥터를 빼앗긴 길고양이들이 터득한 도심 속 생존 방법은 인간의 시간과 분리된 그들만의 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밤이 되고, 세운상가에 셔터가 닫히자 낮 동안 지붕 위에 숨어 있던 고양이들이 어둑한 골목에 하나둘 등장하는 모습은 마치 뮤지컬 '캣츠'의 실사판을 연상시켜 시청자들이 기대할 만하다.
이와 반대로 철저히 인간의 시간에 함께하지만 특별한 공간에 자신들의 터를 잡은 길고양이들도 있다. 바로 '창경궁'의 궁냥이들이다.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은 한정된 영역 안에 많은 개체 수가 모여 살다 보니 늘 영역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수컷들의 영역싸움은 야생을 방불케 한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피 터지게 싸워야 하고 또 때로는 애써 지켜 낸 삶의 터전을 쉽게 떠나지 못해 스스로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이 떠나고 사방이 유리 파편인 '봉천동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 아래 위태롭게 살고 있었다.
SBS스페셜 '길고양이K'는 그동안 SBS스페셜 'THE람쥐', SBS창사특집 '라이프오브 사만다'를 연출했던 제작진이 2020년 새롭게 선보이는 도심 속 동물 다큐멘터리다. 도심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다양한 길고양이들의 삶을 ‘인간의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 ‘고양이들의 시간과 공간’에 포커스를 맞춰 60일간 집중하여 관찰했다.
제작진은 길고양이 뒤에 이니셜 K를 붙인 이유에 대해 "이름 없이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수많은 길고양이의 삶을 이니셜 K에 함축시켜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각자도생 파란만장 '길고양이K'들의 묘(猫)한 감동스토리는 11월 8일 일요일 밤 11시 5분 SBS스페셜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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