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음식을 많이 먹는 것만으로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먹는 것이 컨텐츠가 되고 수익을 창출한다. 국내에서 시작 된 먹는 컨텐츠는 'Mukbang(먹방)'이라는 고유명사를 달고 세계적인 유튜브 컨텐츠가 됐다. '먹방' 인기 유튜버들의 영상은 업로드 되자마자 순식간에 수십만명이 몰려든다.
유튜브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야식이(본명 허민수·41)도 먹방 인기 유튜버다. 구독자들이 야식이 영상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많이 먹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먹방 유튜버의 우려 속에서도 먹방 컨텐츠만이 줄 수 있는 순기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먹방은 가학적이지 않게, 즐기는 마음으로"
지난 4일 이른 오전 충남 천안의 한 카페에서 먹방 인기 유튜버 야식이를 만났다. 전날 청소년들과 함께 떡볶이 먹방 영상 촬영을 했다며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옆집 친구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틀에 한번씩 영상을 찍기 때문에 먹방 영상을 찍지 않는 날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야식이는 지난 2015년 실시간 인터넷방송을 통해 먹방을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유명해지기 위해 시작한 것도 아니다. 먹방 영상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취미삼아'시작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야식이는 "먹방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은 먹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한 사람들"이라며 "억지로 먹는다거나 무리하게 지어낸 먹방 영상은 시청자가 단번에 알아챌 수 밖에 없다. 많이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있게, 즐겁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먹방은 어느덧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인기몰이를 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먹방 영상을 시작한 이후 구독자 10만명이 될 때까지 3년이 걸렸다"며 "작년에 들어서 급격하게 구독자가 늘어 100만명이 됐다"고 말했다.
◆ 기부만 연간 1억이상 "사랑 받는 만큼 보답도 해야죠"
유튜브 구독자 수가 늘자 수익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급속도로 구독자가 늘었던 지난해 야식이는 연 4~5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이 늘수록 시청자들에게 고마움도 커졌다. 그 감사의 마음은 '기부'로 표현하기로 했다.
"수익은 제 영상을 봐 주시는 시청자 덕분인 만큼 한 분 한 분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기부를 하게 됐다"며 "역사를 전공했기 때문인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주로 위안부 할머니들과 위안부 관련 단체에 기부를 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야식이는 업체나 지자체 등에서 광고를 요청하면 가능한 선에서 협업도 진행한다. 단 광고료는 기부해 달라는 조건이 붙기도 한다. 먹방 컨텐츠의 순기능적 역할을 고민한 흔적이다.
"업체에 가서 음식을 먹는게 그 자체로 업체 광고가 되다 보니 광고료를 지불하기도 한다"며 "그런 경우 그 금액을 사장님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흔쾌히 응해주시는데 일방적으로 강요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제 뜻과 맞지 않으면 광고요청을 정중히 사양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 먹방이 유해영상? "먹방은 스포츠와 같은 것"
먹방 컨텐츠가 인기를 끌자 먹방 유튜버들은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영상을 제작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또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먹방 영상이 높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기이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야식이는 "먹방은 새로운 미디어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축구, 야구 등의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 스포츠 감독이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볼펜 한자루 만들어 봤느냐. 너희들이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데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먹방 영상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경기를 뛰며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처럼 먹방도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 할 생각"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또 먹방의 유해성 지적에 대해서도 "먹방의 유해성을 운운하며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시각은 좀 납득하기 어렵다. 먹는 것도 행복추구권의 일종"이라며 "다만 무분별하게 자극적인 먹방 영상이 유통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상 제작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천안=이숙종기자 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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