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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별세] 삼성 '이재용 체제' 본격화…'포스트 이건희' 이재용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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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경영수업 후 준비된 후계자로…'사법리스크' 해소는 숙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올해 52세가 된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으로 1968년 6월 23일 태어났다. 경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동양사학 학사와 게이오대 경영학 석사,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를 수료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한 뒤 1996년 삼성전자 기획팀, 1997년 미래전략그룹을 거쳤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2007년에 전무로 승진했다. 또 2010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 부회장은 1년만에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12년 12월 말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뼈아픈 닷컴 실패, 넘어야할 'e삼성'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던 이 부회장이 직접 만진 사업은 2000년 '닷컴' 열풍에 힘입어 탄생한 인터넷벤처 지주회사 'e삼성'이다. 그러나 'e삼성'은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고 2001년 3월 이 회사 지분을 전량 삼성 계열사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 [사진=삼성전자]

이 과정에서 2008년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은 삼성의 콘트롤타워였던 구조조정본부가 e삼성의 설립과 운영, 지분 처분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결론내렸지만 배임행위임을 인정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상무시절 삼성전자와 소니의 LCD 패널 합작사 S-LCD에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S-LCD는 출범 후 2년동안은 흑자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LCD TV 수요가 감소하며 2011년 청산됐다. 이후 이 부회장은 하나의 사업부에 매진하기보다는 경영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넓어진 보폭, 시진핑·빌 게이츠와 어깨 나란히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깜짝 승진 후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당시 건강상의 이유로 이건희 회장의 해외 체류 기간이 점차 늘어나자 삼성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일단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매년 7월 미국 아이다호 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 앤드 코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이곳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과 만남을 가졌으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글로벌 IT 거물들과 친밀도를 높였다.

또 지난 2013년에는 중국의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열린 보아오보럼에서 이 부회장은 "의료·헬스케어 사업과 IT(정보기술)를 접목하면 엄청난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삼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행사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도 시진핑 주석과 가장 자주 만나는 인사로도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왕양 중국 부총리와 만남을 가졌다. 같은 해 4월에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조찬에 참석했다.

최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사진=베트남 정부 공식 페이스북]
최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사진=베트남 정부 공식 페이스북]

또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일 관계 경색 이후 자신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 협력과 파트너십 유지를 위해 사실상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해 왔다.

앞서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한국 수출규제에 들어갔을 때도 직접 일본 출장길에 올라 일본의 경제인을 만난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이동통신사 경영진들과 만났으며 일본 2위 통신사업자 KDDI와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계약을 맺어 지난 3월부터 5G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방한한 일본 IT업계 거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단독 면담에 이어 재계 총수들과 회동에 나서며 한일 문제에 대한 논의도 나눴다. 또 한국과 일본이 지난 8일부터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게 된 것은 이 부회장의 공이 컸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 럭비 월드컵 개막식 참석해 한일 두 나라가 갈등관계에 있지만 비정치적인 이슈에 있어서는 여전히 파트너임을 일본 국민들에게 환기하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체제가 본격화 된 삼성은 이 부회장의 소통 능력과 화려한 글로벌 인맥, 최근 보여준 과감한 모험 정신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또 한 번의 비약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은 화려한 스펙을 바탕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재벌에 대한 일반의 편견을 뛰어넘는 인품을 갖췄다는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e삼성'의 실패가 있긴 하지만 이후에는 다양한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선대(先代)와 달리 과감하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 왔다"며 "과거 M&A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이 이 부회장 덕분에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본격 나선 후 지난 2016년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탄탄히 했다고 재계에선 평가했다. 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화에 매각한 빅딜 역시 이 부회장의 지휘 아래 전격적으로 결정된 초대형 거래였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호실적으로 내는 것 역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동안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연결기준 매출 66조 원, 영업이익 12조3천억 원의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기 대비 매출 24.6%, 영업이익 50.92%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 6.45%, 영업이익 58.1% 늘었다.

◆4대 그룹 중 '부회장' 타이틀 유일…승격 절차 곧 진행될 듯

이 회장이 이날 별세하면서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격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의 세대교체 바람으로 40·50대의 '젊은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이재용 부회장만 아직까지 회장이 아닌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1998년부터 회장 자리를 맡고 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구본무 회장 타계 이후 총수 자리에 올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지난 14일 승진했다. 이건희 회장도 지난 1987년 12월, 지금의 이 부회장보다 7살 어린 45세의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오른 만큼 삼성 역사상 나이로 따져도 이르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의 총수로서 각인돼 있다보니 지금까지 굳이 회장이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이 부회장이 그 동안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지난 6년간 보여준 성과와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회장 자리에 올라도 충분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다만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은 오너 공백에 따른 투자 차질 등으로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또 다시 빠질 위험에 놓였다. 또 가뜩이나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TSMC 등 경쟁사들의 공세로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할 상황에서 또 다시 재판에만 매달려야 만 해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암울한 상태다.

이미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80차례 열렸고, 이 중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총 70여 차례에 달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한 수사에서도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주요 경영진의 소환이나 재판일정을 전후해 결재가 줄줄이 밀리며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이어갈 수 있어도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선 오너가 없인 결정하기 힘든 일"이라며 "연이은 사법리스크로 삼성 입장에선 성장 동력을 잃을까 초조해 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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