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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기 뿔난 박용만…여당에 "병든 닭 몇 마리 때문에 투망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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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처리 강행 움직임에 쓴소리…"현실적 부작용 최소화 고려해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업들 일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병든 닭 몇 마리를 골라내기 위해서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인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해결책이 이거 하나인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기업 옥죄기에 혈안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 냈다.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도 정부와 여당이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14일 오전 서울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TF'와의 정책 간담회에서 여당 의원들을 만나 "이번 법개정을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정부, 기업 등 어느 한쪽이 강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운을 띄운 후 '공정경제 3법' 연내 처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박 회장은 규제가 과연 필요한지, 사안별로 봐서 해결책이 반드시 법 개정 뿐인지, 법 개정을 한다면 현실적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여당이 면밀히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박 회장은 "문제가 되는 게 일부 기업 문제인지, 전체 기업 문제인지를 먼저 파악해달라"며 "기업들도 그 동안 개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것을 감안했을 때 규제를 하는 게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은 해결 방법과 대안을 고려해주길 요청했다. 박 회장은 "선진경제로 갈수록 법보다 규범에 의해서 해결할 일이 많아진다"며 "법만으로 모든 걸 규정하다보면 지나치게 되는 우려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디까지를 규범으로 하고, 어디까지를 법으로 할 지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민주당 공정경제TF가 14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와 민주당 공정경제TF가 14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대한상의]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경제계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나름대로 검토를 많이 한 법"이라고 말하며 연내 법안 강행 처리 입장을 고수했다.

공정경제 TF 위원장인 유동수 의원은 "정부안을 원칙으로 검토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을 것"이라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경제 3법'은 20대 국회 때부터 많이 논의되면서 나름대로 검토를 많이 한 법"이라며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공정경제 3법'을 중점 입법과제로 정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또 청와대는 지난 7일 "그 동안 논의를 할 만큼 했다"고 밝히며 관련 법안에 대한 사실상 수정·재검토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란 이유로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재계에선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와 '3%룰'을 두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이사를 먼저 선출한 후 이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한다. 또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각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은 처음부터 이사와 분리해 선임해야 한다. 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모두 합산해 총 3%만 의결권을 가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 지분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들은 헤지펀드의 사냥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위원은 핵심인사로, 외부 영향력으로 뽑게 되면 이사회는 물론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느 감사위원이 협조하기 위해 이사회에 들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기 위해선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재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이 나날이 거세지자 최근 최대 쟁점인 '3%룰'과 관련해선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공정경제 TF 유동수 위원장과 김병욱·백혜련·오기형·홍성국·이용욱·송기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박 회장과 환담한 후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종갑 전무, 이경상 상무, 임진 SGI 원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또 오후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송원근 산업연합포럼 소장,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와 만났다. 15일에는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 SK경영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실무임원들이 참석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할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조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이 규제적 제도들만 도입된다면 경제 회복을 위한 기업 활동조차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만큼은 여당도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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