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사업자들도 인터넷전화 식별번호인 070 번호를 직접 받아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됐지만 중소 사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별정통신 사업자가 070 번호를 직접 부여 받을 경우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 사업자들은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번호를 재판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24일 정보통신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별정통신사업자가 070 번호를 받으면 착신 서비스를 위해 유·무선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에 교환기를 직접 접속해야 해야 한다.
즉, A라는 업체가 070번호를 부여 받아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는 KT, 하나로통신, 데이콤,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노드(node)에 접속점을 가져야 한다.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정통부 모두 별정통신사업자라 하더라도 자기 번호를 갖고 가입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는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이 상호접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별정통신사업자들은 각 기간통신사업자의 전국 주요 접속점에 교환기를 설치할 경우 장비 및 회선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일년에 수억원의 비용이 필요해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KT 전국 6개 전화국에 교환기를 설치할 경우 장비 비용이 5천만원(총 3억원)에 회선 비용도 매달 수천만원이 필요하다. 다른 기간통신사업자까지 모두 직접 접속해야 한다면 영세 사업자의 재정 능력을 벗어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초고속인터넷망 이용대가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은 매출의 일부를 나누자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별정통신사업자 중에서 070번호에 관심을 가진 곳은 SK텔링크, 삼성네트웍스, 애니유저넷, 큰사람컴퓨터, 무한넷코리아 등 5~6곳에 이르고 있다.
이중 애니유저넷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아 통신위에 070번호를 신청한 상태다. 삼성네트웍스, 큰사람컴퓨터, 무한넷코리아도 TTA 인증을 신청해 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070번호를 받아 기간사업자의 네트워크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곳은 상위 2~3곳 정도가 고작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070 번호를 받는다 하더라도 엄청난 비용 문제 때문에 번호를 반납해야 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별정 사업자들은 070번호를 받아도 사업을 해야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 별정통신사업자 관계자는 "TTA 인증을 신청해 놓았지만 070번호를 받아도 걱정"이라며 "070은 영세 사업자에게는 계륵에 지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따라서 별정사업자들은 기간통신사업자와의 접속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 당 한 개의 노드에만 접속하거나 별정사업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제 3의 기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현재는 070번호를 받은 사업자가 없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향후 협상을 통해 가능한 방법들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전화가 기존 시내전화 가입자를 잠식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KT가 순순히 별정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수다.
정보통신부의 입장도 냉정하다. 별정통신사업자가 번호를 받아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의무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별정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나는 가만히 있을 테니 나한테 오는 호(call)를 모두 내 앞으로 보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자기 번호를 받아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그럴 여력이 없는 사업자라면 내년에 KT나 하나로텔레콤 등으로부터 070번호를 재부여 받는 현실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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