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nbunbang.ru)에 신상이 공개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던 고려대생 A씨(20)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디지털교도소는 사법기관의 판단 이전에 자의적 기준으로 특정인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위법성 논란'에 휩싸였다.
6일 A씨 변사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 수서경찰서 측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일상적인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자세한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망은 "A씨가 (디지털교도소와 관련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7월에 쓰러진 적도 있다. 그러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했다"는 지인의 글로 세상에 알려졌다. A씨가 재학했던 학과 학생회는 "A씨의 억울함을 풀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월 디지털 교도소는 A씨가 누군가에게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며 A씨의 얼굴 사진·학교·전공·학번·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게시했다. '지인능욕'이란 지인의 얼굴에 음란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상에서 공유하는 행위를 말한다.
A씨는 신상 공개 이후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려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외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링크)을 누른 적이 있는데 그때 핸드폰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텔레그램상에서 '피치****'라는 닉네임을 쓰던 자가 A씨이며, A씨는 지난 7월 6일 텔레그램에서 22살 지인에 대해 '지인능욕'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피해자 측 제보로 디지털 교도소 측에서 알아내자 7월 8일 자신의 전화번호와 반성하는 요지의 음성을 담은 파일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음성파일과 텔레그램 대화 화면 캡처 사진을 사이트에 올렸다.
A씨는 둘 다 자신과 관련 없고 사칭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A씨는 "현재 22살의 사람과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없고 같은 과 내에서도 현재 연락을 하는 사람은 몇 명 없다"라며 "가족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내일 빠르게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디지털 교도소 측은 "피해자 측은 A씨의 목소리 파일 확인 결과 A씨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라며 "A씨가 진짜 가해자일 경우와 해킹으로 인한 피해자일 경우 모두에 대해 어떤 방향의 대처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교도소 측은 A씨가 자신이 아니라고 올린 해명 글을 함께 올리며 현재도 '지인능욕 가해자가 A씨일 정황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내사를 벌여온 경찰은 A씨가 생전에 디지털교도소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 (디지털교도소가 운영하는)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등의 운영자가 동일한 인물로 확인됐다"라며 "일부 운영자를 특정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월 만들어진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자와 살인자, 아동학대범 등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다. 지난 7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 판결 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디지털 교도소는 손정우의 미국 인도를 불허한 판사들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현재 사이트에는 살인자 및 아동학대, 성범죄자 등 3개 항목으로 나눈 뒤 100여명의 개인 신상이 게시돼 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박모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촌동생이 n번방 피해자로 도메인도 n번방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는 보호도 못 하는 상황에 범죄자 인권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가"라며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누구나 느낄 정도로 약하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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