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코로나19 방역현장에서 사용되는 살균·소독제가 호흡기 노출시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나노독성 연구 전문가인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는 24일 "코로나19 방역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살균·소독제가 호흡기 노출시 폐질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독성연구나 사용 가이드라인 없이 방역현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분무·살포하는 장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박은정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14일 국제학술지인 '독성학 및 응용 약리학(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에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idecyldimethylammonium chloride, DDAC)’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체내 축적 및 폐 질환 유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논문명: 라멜라 구조의 형성이 DDAC로 인한 독성 반응 개시인자일 것이다. Formation of lamellar body-like structure may be an initiator of didecyldimethylammonium chloride-induced toxic response).
DDAC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요 성분 중 하나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 확산 차단을 위해 흔히 사용되는 물질이다. 박 교수는 2016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물질의 독성을 연구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기관지 상피 세포(BEAS-2B)와 실험용 쥐를 사용해 폐 질환 유도 가능성과 독성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DDAC는 4μg/mL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을 급격하게 감소시켰고, 세포 내 소기관 손상과 함께 세포 자살과 세포막 손상을 유도했다.
기관지를 통해 500μg의 DDAC를 1회 직접 투여한 쥐는 투여 후 14일까지 정상적으로 생존했으나, 2회 투여한 쥐에서는 만성 섬유성 폐 병변이 현저하게 관찰됐고, 궁극적으로 사망을 초래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 과정이 세포 내에서 라멜라 구조체(Lamellar Bodies)라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박은정 교수가 이번 연구 결과를 코로나19 방역현장의 위험성과 연결시킨 이유는 DDAC가 미국 환경청(EPA)에 등록된 4가 암모늄 계열 살균·소독제라는 점 때문이다.
박 교수는 "현재 국내 방역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살균·소독제의 성분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EPA에 등록된 코로나19 살균·소독제의 다수가 4가 암모늄 제품이기 때문에 독성 기전이 유사할 수 있다"면서 "호흡기 노출에 따른 위험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분무·살포하는 방역 작업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방역 전쟁이 치뤄지는 와중에 발표하게 된 것에 많은 고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분무살포보다는 닦아내는 식으로 소독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처럼 방역인력이 부족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 방역당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현재 일상 생활에서 손소독제로 사용하는 제품들에는 DDAC가 들어 있지 않다. 박 교수는 "하지만 소독·살균제로 사용하는 제품들은 작용 메커니즘이 비슷하기 때문에 눈과 입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제품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현명한 살균·소독제 사용 방법으로 ▲살균·소독제를 공기 중에 뿌리지 말 것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반드시 환기되는 상태에서 사용할 것 ▲손과 입, 코 주변을 자주 물로 닦을 것 ▲여러 종의 살균·소독제를 혼합해서 사용하지 말 것 등을 제안했다.
특히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소독 진행 인력들은 누구보다 노출이 심한 직군임을 고려할 때 철저한 개인 보호장구 착용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통해 폐 자정 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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