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경제 5단체'로 불리며 재계를 대표하던 경제단체들이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협력관계도 약해지고 있다. 각 단체 고유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며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경제단체들이 서로 자료를 공유하거나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협의나 사전 교감 등이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단체별로 전문화된 영역이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면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제5단체로 꼽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그동안 암묵적인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전경련은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했고, 경총은 노사관계에 목소리를 내왔다. 대한상의는 상공인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옹호하는 데 집중하고,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 전경련이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자료를 발표하는가 하면, 경총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대한상의는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넘어 경제계 민간싱크탱크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5단체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 단체의 영역이 모호해지면서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서로에게 자료를 요청해도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경제계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신중한 검토를 호소하며 성명 논평을 발표하던 과정에서 경제단체 간의 불편한 관계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경총, 전경련,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5개 경제단체가 공동 성명을 낼 때 대한상의는 단독으로 별도의 성명을 냈다.
이에 앞서 경총과 중기중앙회, 무역협회, 중견기업협회 등 4개 경제단체가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할 때도 대한상의는 빠졌었다.
전날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도 전경련과 경총이 논평을 낸 것과 달리 대한상의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1심 판결 때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던 것과 대비된다.
경제5단체의 분열은 '전경련 사태'가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경련은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동력이 약화됐다. 반면 대한상의는 정부와 재계의 공식 창구 역할을 하면서 위상이 강화된 상황이다. 대한상의 입장에서는 전경련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 박용만 회장이 대한상의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8월 취임한 박 회장은 2018년 3연임에 성공해 현재까지 만 7년째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연임 당시 "대한상의는 규제 개혁뿐 아니라 한국 경제를 변화시킬 사회적 동력을 제공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은 경제단체가 무조건 기업을 옹호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경련이나 경총 등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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