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어려운 2분기를 보낸 유통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 우물'에 집중하던 전통의 강자들은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 휘청인 반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개척한 기업은 타격을 최소화하거나 오히려 성장을 기록해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9천209억 원, 영업이익 3천84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4%, 119.5%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CJ제일제당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해외 시장이 이끌었다"…사업 호조에 식품업계 '미소'
CJ제일제당은 식품·바이오 등 전 사업 분야의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실제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 비중은 사상 최초로 60%를 돌파했다. 바이오 사업은 고수익 품목의 비중이 늘었고 식품 사업구조 혁신에도 성공해 영업이익을 확대했다.
농심과 삼양식품도 해외 매출 호조로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농심은 2분기 매출 6천680억 원, 영업이익 41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6%, 404.9% 급증했다. 삼양식품은 2분기 영업이익 294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다시 썼으며, 오리온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급증한 8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해외 사업에서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이 같은 실적을 거뒀다. 농심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데 따른 '짜파구리 열풍'과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로 성장에 성공했다. 삼양식품과 오리온은 불닭볶음면, 초코파이 등 주력 제품의 해외 실적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사업의 비중이 높은 오뚜기는 좋은 실적에도 다소 아쉬움을 삼켰다. 오뚜기는 2분기 매출 6천409억 원, 영업이익 52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9.6% 증가한 수치다. 비교적 속도가 더딘 해외 시장 공략에 따라 영업이익 성장률은 경쟁사 대비 다소 뒤쳐졌다.
실제 오뚜기의 2분기 해외 매출은 698억 원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다소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률이 국내보다 높은 31.5%에 달한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는 설명이다.
◆"'한 우물 파기'는 옛말"…사업 다변화가 타격 최소화해
해외 사업 규모와 함께 유통업계의 희비를 가른 또 하나의 요소는 '포트폴리오'였다. 사업 다변화에 성공한 기업은 어려운 업황에서도 성장을 기록하거나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한 우물'에 집중한 기업은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분기 매출 1조1천808억 원, 영업이익 36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 67% 줄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같은 기간 매출 1조7천832억 원, 영업익 3천3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0.6% 성장하며 61분기 연속 성장에 성공했다.
양사의 명암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엇갈렸다. 코로나19로 면세 채널이 막히며 뷰티 부문에서는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활용품, 음료 등 또 다른 사업의 비중이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비해 높은 LG생활건강은 이들 부문에서의 성장으로 실적 방어를 이룰 수 있었다.

패션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패션 한 우물에 집중했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3천7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0% 감소한 10억 원에 그쳤다.
반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이어간 LF는 2분기 매출이 삼성물산과 유사하게 10% 감소한 4천22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4.3% 증가한 336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에 성공했다. 온라인 부문의 성장과 자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의 호실적에 힘입은 성적이다.
유업계에서도 포트폴리오의 힘이 증명됐다. 매일유업은 2분기 매출 3천553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7% 줄어들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개학 연기 등으로 유업계가 전면적 타격을 입은 것을 고려해 보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매일유업은 성인 건강식 '셀렉스', 고마진 브랜드 '상하목장', RTD 커피 '바리스타룰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각자 해당 카테고리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매일유업에 비해 '본업'인 유업에 집중한 남양유업은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남양유업은 2분기 매출2천441억원, 영업손실 11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5월 경쟁사 비방 사건으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로 인해 다시 점화된 불매 움직임이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으리라는 평이다.
다만 이 사건 외에도 출산률 저하로 인한 분유 시장 축소 기조, 개학 연기로 인한 우유급식 시장 경색 등의 악재로 유업에만 집중해 온 남양유업의 타격이 더욱 컸을것이라는 평이다. 실제 남양유업은 우유급식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시장 2위 사업자이기도 하다.
업계는 앞으로도 해외 시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지속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나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부분의 카테고리가 포화 상태에 빠져 있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한 두 분야의 사업에만 집중할 경우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 대부분은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거나 해외 시장 확장에 주력한 곳들"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며 이 부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기업은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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