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백화점까지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 추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업태와 타겟 고객 등이 전통시장·골목시장과 다른 백화점에까지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백화점이 쉰다고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일은 없다며 '포퓰리즘'적 규제라는 날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의무휴업 규제를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모든 대규모 점포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준대규모점포가 지역에 입점할 경우 제출해야 하는 '지역협력계획서'를 미제출했을 경우 지자체장이 1개월 이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형 유통점에 대한 규제 법안의 근거는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도입될 때와 마찬가지로 '상생 및 골목상권 살리기'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달리 백화점은 전통시장과 소비자 층이 겹치지 않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은 농산물, 생필품 등 인근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식품 등이 대형마트와 겹친다는 점에서 착안해 제정된 규제다. 하지만 백화점은 이들 상품보다는 명품·패션 등의 매출 비중이 높다. 또 별도의 식품관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가격대가 전통시장에 비해 크게 높아 타겟 고객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전통시장은 타겟 소비자도 다르고 주력 상품도 다른데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의무휴업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미 별도의 휴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굳이 왜 백화점까지 의무휴업을 지정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백화점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백화점이 문을 닫는다고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중규제'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는 모습이다. 현재 백화점 업계는 주중 하루를 정해 월 1회의 정기 휴무를 시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월부터는 일시적으로 시행을 중단했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자 이번달부터는 다시 휴점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말 의무휴업일을 운영하게 될 경우 업계 노사간 협의로 진행돼 온 정기휴점과 의무휴업일이 충돌하게 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의무휴업이 백화점까지 적용된 상황에서 만일 노동계와의 갈등이 불거지면 백화점 업계는 최소 월 3일의 휴점을 단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의무휴업일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은 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백화점 근무 노동자는 평균 월 8일 가량의 휴무일을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만일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이 지정될 경우 자율 휴무일이 그만큼 줄어들고 휴무를 자율적으로 사용하길 원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피해를 입는 꼴이 될 것이라는 평이다.
백화점을 주력 매출 창구로 삼고 있는 패션업계에서도 유통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패션협회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섬유수출입협회와 힘을 합쳐 업체 서명을 받아 국회 및 관련 기관에 유통법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통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서 운영되는 수많은 업체가 매출 타격을 입고 국가 경제 회복도 늦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소규모 사업체로 운영되고 있는 이들 업체가 무너질 경우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패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37·여)는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백화점에 입점해 매장을 운영하는 이들도 소상공인 혹은 노동자"라며 "매출 절반 이상이 주말에 발생하는데 의무휴업일을 지정한다면 소상공인들은 매장의 문을 닫을 것이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법 개정안은 산업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만들어진 법안"이라며 "현실을 반영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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