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이현석 기자] 유통가 총수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영환경에 해외출장마저 발이 묶이면서 이른바 '방콕(방에서만 보내는)' 여름휴가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총수들의 경우 업무와 각종 대외 행사 등으로 워낙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휴가 기간에 경영 구상을 위해 머리를 식히는 정도의 휴식을 한다고 업계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대신 총수들은 자택에 머물면서 재충전과 '포스트 코로나' 흐름에 맞춰 경영구상에 몰두한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 주요 총수들이 대내외 불황 기조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경영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 총수들은 코로나로 엎친 데 이어 유통법까지 덮치는 상황에 휴가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은 재충전을 가지면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착수한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이끄는 신 회장은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내다보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해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위기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본격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올해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유통업의 생존과 도약을 끌어내야할 당면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경영구상을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현장 경영을 중시한 정 부회장은 휴가 기간을 활용한 광폭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정지선 회장 역시 특별한 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여름휴가 기간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며 자택에서 각종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현대HCN을 매각함으로써 얻은 자금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에 드라이브를 걸 모양새다. 선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M&A를 추진해 오고 있다.
식품·뷰티업계의 수장들도 다르지 않은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엄중한 시기'라는 판단에 따라 여름 휴가를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공식적 휴가보다는 사업 구상 및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받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도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하반기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네이버, 무신사 등과 연이어 손잡으며 디지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외 코로나19를 '호재' 삼아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의 대표들도 '정중동' 여름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전문경영인 김인규 대표는 별도의 휴가 일정을 잡지 않았으며 오리온, 농심, 오뚜기 등의 대표들도 휴가 없이 경영전략 마련에 분주한 여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증폭돼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게 이들 총수의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고 판단한다. 위기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주요 그룹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미래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가 향후 언제까지 지속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급격한 경영 여건의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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