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민연금이 대형 건설사 지분을 늘린 데 이어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건설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목적 변경을 통해 지배구조, 이사선임 등 주요 경영에 적극 간섭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0일 대우건설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으나 배당확대, 임원의 보수제한, 지배구조 개선 등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활동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을, 지난 6월에는 현대건설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 이로써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빅5' 건설사 가운데 GS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 모두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대상에 놓이게 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기관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해 배당확대, 지배구조개선, 정관변경, 이사해임 요구 등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꾸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 선정 기준으로는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법령상 위반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혹은 주주권익 침해 사안 발생 ▲지속적 반대 의결권 행사에도 미개선 ▲정기 ESG평가결과가 하락할 시 ▲국가기관 조사 등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건설사 보유주식을 늘리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9일 현대건설 지분 0.29%를 매입, 11.16%에서 11.45%로 늘렸다. 2월 초에는 삼성물산 지분 0.52%를 매입해 지난해 말 6.96%에서 7.48%로 끌어올렸다. 국민연금은 2월 대림산업 지분 0.31%를 매입해 12.82%까지 늘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이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 등을 둘러싼 재판을 받고 있어 진행결과에 따라 지배구조가 뒤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관련 손해배상 소송 제기도 가능하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주요 계열사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너일가의 실탄 확보를 위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혹은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미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이 된 바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익편취 혐의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경영권 개입을 촉구했다. 대림산업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23.12%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기금의 행동반경이 넓어질수록 기업의 경영 자율권이 침해된다"면서도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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