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뮤지컬은 제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에요.”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 초연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며 뮤지컬배우로 데뷔한 김준수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항상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았고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뮤지컬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앨범 활동도 계속 해오고 OST도 불렀어요. 행복한 일이고 그로 인해 콘서트를 해서 해외 팬들과 소통하는 것도 무척 좋지만 씁쓸함이 있어요. 왜냐면 4집까지 냈는데 단 한번도 방송 무대에서 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거든요.”
그는 “아이돌도 부인하고 싶진 않은데 아이돌로 봐주시는 게 쑥스럽다”며 “영화와 뮤지컬을 오가는 조승우 형처럼 나도 뮤지컬배우와 가수 양쪽을 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서머셋 팰리스에서 만난 김준수는 “10년 전에 ‘모차르트!’로 뮤지컬배우로서 첫발을 뗐는데 10주년 무대에 서게 돼서 영광이고 감회가 새롭다”며 “다시 한번 위안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무대 외의 공간에서 대중과 소통할 기회가 적었던 만큼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감사함과 솔직한 생각·바람 등을 거리낌 없이 소탈하게 풀어놨다.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다.
- ‘모차르트!’를 하면서 10년 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신인일 때와 달리 내 생각과 의견을 말하기도 하고 작업스타일 자체도 바뀌었다. 예전엔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은 기술적인 부분 등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한편으론 모차르트를 내가 기술적으로 대하고 연기할까봐 좀 걱정했다. 초연 때는 당시 내 상황이랑 너무나 흡사해서 그 자체에 공감하다보니까 빠져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엔 그때의 그 마음으로 기술적인 걸 더 내려놓고 내 연기 스타일을 어느 정도 살려내면서 하려고 노력했다.”
- 잘 되고 있는 것 같은지, 만족감은 어떤가.
“걱정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노래하고 연기를 해도 그때 느꼈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당시 노래의 힘에 감명을 많이 받고 가사에 위안을 얻었다. ‘황금별’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아직도 가끔 감정 컨트롤이 안 된다. 되게 행복해하고 즐거워야 되는데 무대에서 울컥해서 눈물을 글썽거리곤 한다.”
“어떤 무대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섰는데 이번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방역절차가 되게 까다롭지 않나. 나도 해봤는데 귀찮더라. 마스크를 3시간 동안 쓰고 앉아있으면 답답할 텐데 커튼콜 때 보면 단 한명도 마스크를 내린 사람이 없고 끝까지 집중해서 관람해주셔서 그 모습에 감명도 받는다.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와주신 관객들에게 어떻게든 보답하고자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공연하는 배우로서의 일상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정말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됐다.”
- 이런 시국에도 식지 않는 티켓 파워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0년 전부터 당연히 인기가 점점 줄 거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사실 지금도 여기까지 온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뮤지컬 무대에만 섰을 뿐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방송에 나간 적도 없지 않나. 나 빼고 주연배우들이 홍보하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은 적도 많았다. 사연을 모르는 분들은 내가 홍보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나간 게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배우들과 함께 그런 자리에서 작품 얘길 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고 싶은데 나만 부름을 못 받으니 항상 불안하고 걱정도 많았다. ‘최소 5~6년 전에 그 불안이 현실로 다가왔어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연인들도 떨어져있으면 마음이 멀어지는데 나는 일개 연예인일 뿐인데, 정말 공연장에 가야지만 볼 수 있지 않나. 그 발걸음을 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고 그중에서 다 팬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하다. 인생 자체에 감사하고 있다. 매진이 안 되고 티켓이 안 팔린다고 해도 벌써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상관없다. 단지 ‘이 기적이 언제까지 갈까’ 이런 생각으로 와주신 분들에게 아깝지 않은 시간을 드리려고 노력할 뿐이다.”
“군대에서 TV를 많이 봤다. 친한 동료들부터 여러 또래 친구들이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나에게 섭외가 들어왔다 해도 내가 나갔을까 싶지만 나갈 수 있는데 안 나가는 것과 못 나가는 건 천지 차이지 않나. 동료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대로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방송을 하고 싶더라. 나는 단 한번도 내 이미지가 차갑고 인간미 없고 딱딱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10년 전과 비교해 조금 더 단단해진 건 있지만 아직도 장난기 많고 친한 친구들 사이에선 내가 거의 개그맨이다. 늘 똑같이 해온 것 같은데 군대에서 동료나 후임들이 나를 되게 어려워했다. 나중에 그들이 나를 겪어보곤 ‘형이 이렇게 재밌고 웃긴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더라. 10년간 소통을 안 하니까 대중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를 몰랐던 거다. 그게 억울하든 아니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더 하고 싶었는데 ‘미스터트롯’과 ‘공유의 집’에 나가서 꿈을 꾼 것 같다. 그 꿈이 좀 더 이어지길 바라는데 쉽지 않다.”
-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대중과 나눌 마음의 준비는 돼있나.
“물론이다. 나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면 적어도 나에 대한 선입견은 없어질 것 같다. 내 성격과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송이라면 뭐든 나가고 싶다. 팬들만 클릭을 해서 보긴 하는데 유튜브 ‘올 데이 시아’에서 일상을 공개하는 건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요즘 많이 못 올리고 있다. 뮤지컬 잘 끝내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 ‘모차르트!’ 넘버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에 빗대자면. 지금 본인의 모습 그대로 팬들이 사랑해주는 것 같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팬들도 100% 알긴 힘들겠지만 그들이 아는 것도 내 모습이다. 분명 못 보여드린 모습도 있고. 10년 전엔 내 말에 귀기울여주는 자체를 갈구했다. 내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내 상황이나 속마음을 얘기한 적도 없는데, 한쪽의 편에서만 듣고 왜곡해서 얘기하니 답답했다. 연예인이나 공인은 항상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되는 직업을 가진 만큼 책임감이 커야 되고 질타를 받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때는 너무 억울했다. 어려서 ‘내가 정의라고 생각해서 한 건데 뭘 잘못했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속상함과 억울함 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있었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가 내 마음 같았다. ‘나도 연예인 김준수이기 전에 한명의 사람인데 왜 그렇게 봐주시지 않을까’ 정말 이런 생각을 하다가 ‘왜 사랑해주지 않나요, 사랑해줘요, 내 모습 그대로’ 이 가사를 대본에서 처음 보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가슴 속 응어리를 연기하면서 풀었다. 하고 싶던 말들을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입을 빌려서 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데뷔작을 떠나서 나에게 용기를 주고 위안을 준 작품이다.”
“아마도 지금 내 팬들 중 동방신기 때부터 팬은 3분의 1도 안될 것이다. 오히려 내가 예전에 동방신기였고 가수였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예전에 우리가 소방차나 서태지와 아이들을 생각했던 것처럼 뮤지컬을 보고 내 팬이 된 분들 중에 ‘동방신기 멤버였다고?’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내 커뮤니티를 봐도 그런 분위기다. 무대를 통해 나를 좋아해주신 분들이 내 앨범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주신다. ‘무대에서 잘 하고 있구나’ ‘열심히 잘 해왔구나’ 싶어 뿌듯한 마음이 있다. 아직도 이렇게 사랑해주시니까 감사하다.”
- 매 무대 몸이 부서져라 연기하고 노래해서 공연팬들의 마음을 자극한 것도 있다. 그 노력이 통한 것 아닐까.
“다른 배우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팬들은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같이 무대를 하는 동료 배우들이 어떻게 그렇게 매번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하냐고 하니까 내가 하는 스타일이 좀 다른가 싶기도 했다. 처음 할 땐 신영숙 누나한테 그런 얘길 들었다. 나는 기분 좋으라고 ‘열심히 한다’ 이런 뜻으로 말해준 건지 알았다. ‘드라큘라’ 할 때 조정은 누나도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했고, 최근엔 박강현이 ‘데스노트’ 때 보고도 느꼈는데 ‘모차르트!’ 하면서 진짜 그렇다고 하더라. 작품 할 때마다 선후배들이 나를 표현하는 말이 그런 거였다.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어서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느껴지는 대로 하는 거다. 좋은 뜻으로 얘기해주시니까 ‘뭔가 나만의 장점이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체력인 게 힘들다. 특히 ‘모차르트!’가 그렇다. 마지막에 ‘나 이제 더 이상 못할 것 같아’ 이런 대사가 있는데 반진심이다.(웃음) 연기에 빠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때 되면 온몸이 땀과 콧물, 눈물로 다 젖어있다. ‘나 못할 것 같아, 그만 끝낼래, 이제 대기실에 들어갈래’ 이런 느낌으로 하는 것도 있다. 피아노가 돌아갈 땐 거의 반 기절해있다. ‘모차르트!’는 긴장되는 이유가 ‘틀릴까봐’ ‘못할까봐’가 아니다. 숨이 턱끝까지 찰 거란 걸 알고 시작을 해야 되는 긴장감이 있다. 이런 뮤지컬은 없었다.”
- ‘모차르트!’가 너무 힘들어서 타이틀롤을 했던 배우들이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뮤지컬로 손꼽는다고 하더라. 어떤가.
“좋은 작품이고 비중이 큰 건 감사한데 너무하니까.(웃음) 초연 때도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뮤지컬을 처음 하니까 피부로 와 닿는 게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제일 힘든 작품을 내가 처음에 했던 거였다. 나름 체력적으로 힘든 타이틀롤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 ‘모차르트!’를 하자마자 무조건 이게 제일 힘들다 싶더라. 적어도 대한민국 뮤지컬 남자 타이틀롤 중엔 일등으로 힘들다고 본다. 곡수도 많은데 일단 무대에서 안 내려간다. 2막 할 때는 5장인가부터 커튼콜까지 계속 무대에 있다. 약간 바뀌어서 그런 것도 있다. 연습할 때 대본을 보면서 ‘에이 설마 또 나와?’ 이러다가 대본을 넘기는데 ‘또 나온다고?’ 했다. 무대가 끝났으면 퇴장이라도 해야 되는데 퇴장을 안 하고 암전이 풀리면서 거기서 바로 일어난다거나 다른 사람 넘버 할 때도 무대에 있다. 내가 노래하는 것도 그렇게 많은데 다른 배우들 할 때 피아노를 쳐준다거나 지휘를 하거나 옆에 앉아서 듣고 있거나. 와! 힘들다.”
“어차피 회의를 거쳐서 결정하는 거니까 나 때문에 들어갔다고 생각은 안 하는데 넘버 ‘빨간 코트’를 어필했다. 내가 초연과 재연에 참여했고 이번이 육연이다. 그 사이 엄청 많이 바뀌었더라. 전 시즌엔 ‘빨간 코트’가 없었다고 하더라. 나는 ‘빨간 코트’가 정서상 모차르트의 성격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집약체라고 생각했다. 모차르트의 밝고 명랑하고 쾌활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과 음악을 쓰는 걸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 곡에서 보여준다. 그 곡이 빠지면 대비가 되지 않으니까 슬픔도 반감될 것 같았다. 그래서 엄홍현 대표님한테 ‘빨간 코트’를 꼭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회의에서 연출님도 좋다고 하셔서 넣었을 것이다. 또 첫 연습 때 내가 초연의 기억 그대로 남작부인이 ‘황금별’을 부르면 되게 행복하게 쳐다봤다. 근데 연출님께서 왜 그렇게 하는지 물어보시더라. 황금별을 봐야 되는데 아빠가 막는 것에 있어서 분해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자신을 설득시켜 달라고 하셔서 나는 황금별이 모차르트의 주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금별을 찾기를 원하는 만큼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 건데 말로 설명되지 않았던 걸 남작부인이 그 노래를 통해서 힌트를 준다. ‘그래 맞아, 내가 아빠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이거였어’라는 생각이 들게끔. 황금별이 꾸민 것이고 진짜 별은 아니지만 후렴을 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한 황금별 환상을 본다. 그땐 누구보다 황홀할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장 해맑고 정말 금은보화를 본 듯한 표정과 마음을 지니려고 한다. 그 얘길 했더니 설득이 됐다고 그렇게 하라고 인정을 받았다.”
- 애드리브도 많지 않나.
“애드리브는 거의 마음대로 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강현이나 은태 형도 다르게 할 거다. 약간의 자율성이 있어서 하기 나름이다. 하다보면 재밌는 건 많은데 과하지 않게 하려고 중간에서 항상 줄다리기를 한다. 많이 보러 와주시는 분들은 최소 2~3번씩은 보시곤 하니까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소소한 재미를 주고 싶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임한다. 극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애드리브라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게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지컬의 묘미 아닐까.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가끔 반응이 안 좋으면 그날 우울하다. 빵 터지면 뒤에 술술 풀리고.(웃음) 솔직히 나는 생각보다 웃기는 데 소질이 있다. 소질보다 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대에서 웃길 것 같다 싶어서 하면 안 웃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물론 ‘빵’과 ‘방’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재밌게 생각하더라.”
“일단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모차르트!’다. ‘가수를 포기해야 되나’ 그런 마음으로 큰 변화를 꿈꿔서 동방신기에서 나왔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 ‘모차르트!’가 뮤지컬배우로서 첫 발걸음을 인도했고 뮤지컬을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한 작품이다. 내 입으로 이런 얘기를 하기 너무 어렵긴 한데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을 한다’에서 뮤지컬배우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신 작품이 ‘엘리자벳’이었다. 앞으로 상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 작품으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뮤지컬의 하나의 축이 돼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뮤지컬로 재기 아닌 재기를 하게 되면서 그 감사함을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그래서 두렵긴 했지만 창작뮤지컬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금도 1년에 최소 한 번씩은 무조건 창작을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 연습과정에서 들은 조언이나 도움이 된 말이 있다면.
“좋은 말을 많이 들었는데 ‘모차르트!’ 초연 때 연출가셨고 이번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하신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님이 처음에 해주신 말씀이 제일 크게 남았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뮤지컬을 성악가·오페라 가수들이 하는 발성으로 하는 게 틀 같은 분위기였다. 나름대로 성악 발성을 흉내내려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갈팡질팡 하고 있었는데 유희성 연출님이 ‘네가 가고 있는 길이 절대 틀리지 않았을 거야’라고 해주신 말에 용기를 얻었다. 내가 하는 연기와 노래의 개성을 살리라고 하셨다. 또 어떤 배우든 호불호가 있으니 불호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나에게 호가 될 수 있게 장점을 부각시키라고 말씀해 주셨다. ‘너만의 무기로 너의 연기를 갈고닦으면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너의 공연을 볼 거야’라는 말씀에 확신이 생겼다. 덕분에 어떻게 해가야겠다는 길이 보였던 것 같다. 아직도 그 말이 내게 전환점으로 남아서 감사해하고 있다.”
“하고는 싶은데 여자 역할이라든가 나이가 더 들어야 된다거나 그런 작품들. 주연 욕심은 없다. 나중에 모차르트 아버지 역할 하면서 다른 감정을 받을 수도 있는 거고,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대로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뮤지컬배우로서 계속 가고 싶다. 그때까지 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눈앞의 행보를 하나하나 잘 마치면서 걸어오다 보니 10년이 흘렀다. ‘지금 주어진 것에 최선 다하자’ ‘부끄럽지 않게 하자’ 그렇게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먼 산을 보는 건 나에겐 사치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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