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경영성적표가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다. 1분기에는 신한금융이 앞서다 2분기에는 KB금융이 다시 앞지르고 있는 모양새다.
라임·헤리티지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여파 등으로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올 연말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수비수'인 신한금융과 '공격수'인 KB금융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 상반기 누적 실적 앞서지만…2분기 순이익 KB금융이 앞서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누적 기준 1조8천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 감소했다.
이에 비해 KB금융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같은 기간 5.8% 줄어든 1조7천314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이익 차이는 741억원으로 비교적 근소한 차이다.
이는 2분기(4~6월)에 KB금융이 신한금융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이다.
2분기에만 KB금융은 9천92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신한금융이 벌어들인 8천731억원보다 1천194억원이나 많았다. 지난 1분기(1~3월)만 해도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9천324억원으로 KB금융의 7천389억원을 1천935억원이나 앞섰던 것과 대비된다.
경영성적표를 보면 두 금융그룹은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얼마나 쌓았느냐에 따라 경영성적표가 크게 갈렸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누적 기준 8천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3%나 급증했다. 이 가운데 2분기에 쌓은 대손충당금만 5천387억원으로 1분기(2천82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KB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늘었지만 신한금융 수준만큼은 아니었다. KB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올 상반기 5천397억원으로 역시 83.7%나 급증했으나 이 중 2분기에 쌓은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천960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에는 2천437억원을 쌓았다.
신한금융이 2분기에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충당금 부담이 있었다. 코로나19 관련 충당금만 1천859억원이다. 신한은행에서만 1천508억원, 신한카드 298억원의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을 쌓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사들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대출과 대출만기연장, 원금상환유예 등을 대규모로 해주면서 이에 대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것이다.
이같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충당금 부담은 신한금융만의 부담이 아니다. KB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의 충당금 부담이 더 두드러졌던 것은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영향이 있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를 통해 판매된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관련 충당금과 비용만 세전 기준으로 2천16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헤리티지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충당금 적립은 1천248억원, 라임펀드 선지급 보상과 관련된 영업외비용은 769억원이다.
신한금융은 앞서 실적발표를 통해 "2분기에는 국내외 경기 둔화에 따른 잠재적 부실 대비 필요성에 의해 보수적 충당금 평가 기반으로 신용 손실 충당금을 추가적으로 적립했다"며 "특이요인을 제외하면 견고한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분기 경상이익은 최대 규모를 실현했다. 본원적 수익력 유지를 통한 시장 컨센서스를 2분기 연속 상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은행 부문 역시 카드·생명·캐피탈 중심의 비이자 이익 확대 통해 그룹 경상 이익 성장을 견인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상은 계열사별 경영실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충당금을 많이 쌓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은 크게 줄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올 상반기 1조1천40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1%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도 571억원으로 동기간 60%나 급감했다.
대신 신한카드의 순이익이 3천25억원으로 11.5% 성장했다. 신한캐피탈 19.6%, 신한생명 17.4% 성장하면서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세로 만회했다.
KB금융의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충당금으로 3.7%감소한 상반기 1조2천573억원을 기록, 신한은행보다 많았다. 실적만 보면 앞지르는 모양새다.
긍정적인 영업실적에도 충당금과 영업외손실이 커지면서 KB증권의 순이익은 1천288억원으로 23.7% 감소했으나 역시 신한금융투자를 앞질렀다. KB캐피탈과 KB국민카드도 각각 1천638억원, 747억원을 벌어 각각 12.1%, 16.9% 성장했다. KB손해보험도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도 투자영업이익이 줄면서 순이익이 13.6% 감소했다.
그룹 전체적으로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만 봐도 최근 KB금융이 선방한 모양새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은 올 상반기 4조6천83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9% 증가했다.
KB금융은 올해 초 제시한 여신 성장목표인 5~6%를 이미 상반기에 넘어선 상황이다. 올 6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87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8% 늘어났다. 이에 비해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올들어 5.4% 증가했다.
KB금융의 비이자이익도 1조3천317억원으로 같은 기간 9.6% 늘어 눈에 띄었다. 이는 비이자이익에 포함되는 순수수료이익의 증가세가 두드러져진 영향이다. 순수수료이익은 1조3천813억원으로 21.6%나 급증했다. 순수수료이익에는 신용카드, 증권대행수수료, 방카슈랑스 등 대리사무취급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신한금융도 영업적으로는 비교적 선방했으나 KB금융만큼은 아니었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4조2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 비이자이익은 1조7천800억원으로 1.8% 증가했다.
다만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 얼마나 두드러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금융사들이 짊어져야 하는 대손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다,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 영향으로 하반기 금융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 겸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수익성과 건전성에 중점을 두고 보수적인 여신 정책을 적용하면서 포트폴리오 개선 중심의 질적 성장을 통해 성장 속도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이 올 한해 신한금융과 실적 차이는 크게 좁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N가이드가 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전망치의 평균값을 집계한 결과 신한금융의 올 한해 순이익 전망치는 3조2천664억원으로 지난해(3조6천424억원)보다 10.3%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3조1천625억원으로 지난해(3조3천132억원)에 비해 4.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실적 전망치대로라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이익 차이는 지난해 3천292억원 차이에서 올해 1천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관측이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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