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영업점 감축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수익성 악화로 영업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은 이해하나, 속도가 너무 빨라 노인 등 금융취약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일관성 없는 메시지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영향,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특히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수를 감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영업점 감축은 은행의 경영 전략 중 하나다.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받던 도중,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환경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자 중 최근 3개월 내 일반은행의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이용한 응답자의 비율은 57.1%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기준금리 인하로 올해부터 순이자마진이 줄어들 게 분명해진 만큼, 은행으로서도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러한 은행의 상황은 십분 이해하나, 노인 등 금융취약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은행들의 점포망 축소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은행 스스로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라며 "점포 폐쇄로 인해 금융소비자,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공동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은 외려 제지하니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각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와 은행장들은 최근 하반기 경영 키워드로 '디지털 전환'을 꼽은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점포 폐쇄속도가 빠르다고 하면 영업점과 고령자의 접근성에 대한 상관관계를 도출한 수치가 근거로 제시돼야하는데, 그러한 숫자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라며 "은행들도 무작정 점포를 없애는 게 아니라, 해당 영업점이 폐쇄됐을 경우 가까운 지점이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 등 세밀한 부분까지 장기간 영향평가를 진행한 후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도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매번 혁신과 변화를 주문하면서, 정작 은행들이 변화를 꾀하려 하면 제지를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도 수익성을 고려해야하는 만큼, 지점 폐쇄 움직임을 막기보단 그에 대한 대안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금융접근성을 위해 영업점을 유지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니다"라며 "영국 등은 고령층의 금융접근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앱을 개발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방향으로 은행들이 움직이도록 협조를 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디지털을 강조하면서, 지점을 줄이지 말라고 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은행권에선 영업점의 대안으로 '스마트 텔러머신'이 도입되고 있다. 일반 현금인출기에선 불가능했던 통장·체크카드 발급, 금융상품 가입 등의 기능이 탑재돼있으며 화상상담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서울 등 인구 밀집지역의 경우 영업점을 더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1제곱킬로미터 면적에 6개의 은행 영업점이 몰려있을 정도"라며 "이런 점포들은 ATM이나 출장소 형식으로 더 전환될 여지는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에 반해 지방의 경우 같은 면적에 0.2개의 영업점이 있는데 이런 곳은 줄이면 안 된다"라며 "은행들도 충분히 고려해 감축에 나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