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미국과 중국, 일본까지 얽힌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공급망 변화가 거세지면서 자국 내에서 육성하려는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TSMC,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며 자국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및 개발 거점을 자국에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역시 3대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차세대 주력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되어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온다. 막대한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미국과 중국에 밀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형 변화와 지원 현황을 고려하면 한국 반도체 회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분석결과는 절대적 선두의 미국, 약진하는 중국, 한국의 선방과 일본의 하락세로 귀결된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중국은 2% 미만이던 점유율이 2019년 5%까지 2배이상 증가하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10년 14%에서 2018년 24%까지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9년 19%로 뒷걸음질쳤다. 그 사이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격차는 점차 좁혀져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기술격차는 2017년 기준 0.6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간 시스템 반도체 부문 기술 격차는 2013년 1.9년 2015년 1.6년, 2017년 1.8년으로 답보상태다.
반도체 회사 매출대비 정부지원금도 한국이 타 경쟁사에 비해 적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4년~2018년 사이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기업이었다.
중국 1위 파운드리업체인 SMIC가 매출대비 6.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고, 화홍(5%), 칭화유니그룹(4%)이 뒤를 이었다. 스위스(ST), 네덜란드(NXP) 국적 기업도 정부 지원 비중이 높았다. 미국도 마이크론이 3.8%, 퀄컴 3%, 인텔 2.2%를 기록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 2015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단행했다. 중국은 2014년까지만 해도 누적 인수기업이 4개에 그쳤지만 이후 2015년~2018년사이 무려 29개의 기업이 외국 반도체기업 M&A에 뛰어들었다.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되며 미국의 반도체산업 지원규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TSMC 공장 유치에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해 첨단산업 지출을 1천억 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백악관은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K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대비 정부 지원 비중은 1%도 안된다. 실제 각각 0.8%, 0.6%에 그쳤다.
최근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까지 여러 악재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한국도 R&D, 세제혜택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데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고 소부장 투자 유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강한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반도체산업이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한국 반도체마저 추격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이 5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재원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조차도 최고 고부가가치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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