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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설익은 그린벨트 해제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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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규제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 이번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다. 최근 서민과 실수요자들을 위한 특별공급과 공급물량 확대 내용이 주를 이루는 7·10 부동산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서울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대해 언급 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동시에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 방송에 출연해 공급 대책 일환으로 필요할 경우 서울 그린벨트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 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은 부동산 정책 해법으로 지난 9일 종합부동산세 등을 인상한 부동산 거래 억제책과 함께 수도권 유휴부지 개발, 주거·상업지 비율 재조정, 그린벨트 해제·활용 등을 거론했다.

이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서울시 관계자와 서울시내 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장기미집행 공원용지와 서울시 소유 유휴부지 등을 주택 공급 지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공임대주택 등을 짓는 방안도 얘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낙연 의원 역시 한 라디오에 출연해 "7대 3인 서울 주거·상업지 비율을 조정해 주거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국공유 유휴부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린벨트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설정된 녹지대를 말한다. 현재 서울시내 그린벨트 면적은 지난 1월 기준 149.13㎢다. '때려서 안되면 또 때리는' 무차별 부동산 규제 폭격기를 내린 정부였기 때문에 고위층의 입에서 나온 '그린벨트 해제 고려' 발언은 시장의 우려를 살 수 밖에 없다.

우선, 단어 그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환경 보전이 어렵다.

환경부가 지난 2013년까지 구축한 토지피목을 지도로 분석한 결과 서울의 녹지비율(행정구역 면적대비 전체 녹지면적)은 30.2%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녹지비율이 낮은 만큼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층 수치는 높아진다. 서울의 불투수층 비율은 57.2%로 가장 높다. 이 경우 토지표면이 포장이나, 건물 등으로 덮여 집중호우 때 도시침구수, 지하수 부족, 하천의 수질 저하 등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권역 내 그린밸트를 해제해 주택을 지어 공급물량을 늘린다고 해도 이는 집값 상승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할 수 있는 택지로 강남권역을 거론하고 있다.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49.13㎢로, 전체의 25%에 달한다. 강남권에선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동구(8.17㎢), 강남구(6.09㎢), 송파구(2.63㎢) 등 순이다.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개발은 이미 이명박 정권에서 진행된 바 있다.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가 보금자리 주택으로 개발됐으며, 개발 이후 남은 주변 토지들이 추가 택지 후보로 거론된다.

집값 상승 우려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실제 이명박 정권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공급한 내곡동의 한 보금자리 주택 민간공급 분 전용 84㎡는 지난 2015년 7억~8억원대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달 동일면적대가 13억4천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내곡동 보금자리 주택 지역 내 다른 단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접한 단지의 경우 민간 분양 공급분 중 하나인 전용 59㎡는 지난 2016년 6억~7억원대에 거래됐으나, 올해 3월 동일면적대 매물은 12억원에 매매계약이 완료됐다.

내곡동 보금자리 주택 인근 마을에 20년이상 거주한 한 주민은 "불과 5년 전만해도 이 단지들이 들어선 곳이 그냥 논밭에 불과했다. 심지어 불도 들어오지 않아 밤 늦게 차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곳"이라며 "갑자기 그린벨트가 풀리더니 지하철이 들어서고, 눈깜짝할새 5억~6억원이 올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내곡동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건립한 보금자리 지구 단지 내의 임대 물량은 민간 공급분보다 훨씬 적다. 내곡보금자리지구 내 한 단지는 전체 세대수가 1천300여세대에 달하나, SH공사가 장기전세로 공급하는 물량은 200여세대에 불과하다. 이 단지의 현재 시세는 13억~16억원이다. 30~40년 건축연한이 지난 서울 노후주택과 노후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문턱은 높이면서 강남 핵심 입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또 다른 '로또 단지'를 양산해 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10일 22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것은 서민과 서민들의 평생 숙원사업인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한 필요책이다.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으나, 그린벨트 해제의 경우 이후 파장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 고위층의 입에서 '그린벨트 해제 검토 고려'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그린벨트 해제로 들어선 아파트들이 어떤 상황인지, 개발제한구역에 칼을 대는 만큼 얼마나 실수요자들에게 혜택이 진짜 돌아갈수 있는지, 택지개발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는지 가장 기본적인 일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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