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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곳간에 兆단위 현금 차곡차곡…'코로나19 팬데믹'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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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 兆단위 현금 추가비축…"현금성 자산은 미래준비금"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하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상장 기업 102곳이 6개월 이내 현금이 소진되는 등 단기적 자금 압박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때문에 주요 대기업들은 전례없는 글로벌 비즈니스 올스톱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사시를 대비한 유동성 확보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재계 4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조 단위의 현금을 추가로 비축했다.

재계 1위 삼성은 곳간을 든든하게 채웠다. 내부에 쌓아 두고 있는 순현금 보유량은 역대 최대치다.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현금 보유액으로 분류한 금액은 113조원 규모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비롯해 단기 금융 상품, 장기 정기 예금 등도 포함됐는데 같은 내역을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1%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서 총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97조5천억원 규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에는 메모리 1위는 물론이고 비메모리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이 2017년 9조3천억원의 하만 인수에 이은 굵직한 M&A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는 이유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중장기 경영전략에 초첨을 맞추며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M&A 시도가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사들도 회사채 시장에 뛰어드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된다면 경영여건 개선으로 수익구조가 호전되면서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더 큰 상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회복조짐이 나올 것이라는 조심스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장담하기는 어렵다.

현대차는 17조4천억원을, SK는 14조6천억원 등 지난 1분기 동안 보유현금을 각각 1조4천원, 2조8천억억 규모로 늘리며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간배당을 건너뛴 것은 6년 만이다. 현대차는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발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SK그룹의 행보다. 회사채 발행은 기본이고 지분 매각, 기업공개(IPO) 등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달 계열사 대표에게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그룹 역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수처리 자회사와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사업의 매각도 결정했다. 보유현금은 지난해말 14조1천원에서 15조4천억원으로 늘었다.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초에는 LG그룹이 중국 거점 중 하나인 'LG 베이징 트윈타워'를 1조3천억원에 매각하면서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6천600원을 확보하는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수천억원대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에 보유한 실탄은 AI, 화학 등 신사업에 속도를 붙이거나 유망기업의 M&A에 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를 극대화하는데 사용할 것이라는 보인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의 경우 지금과 같인 상황이 장기화될 때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자본시장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돼 수출 감소, 내수 부진에 따른 기업 매출이 25~75% 급감한다면 6개월 이내 보유 현금 소진 기업이 상장 기업의 4.29~7.23%(90~152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만성적 한계기업이 증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해 한계상황까지 내몰리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존립의 기로에 서있는 기업들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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