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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 앞둔 이재용…'삼성 역할론'·'무리한 수사'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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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기각' 넘어 '수사심의위'까지…'위기 극복론' 통했나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으로 코너에 몰렸던 삼성이 일단의 위기를 넘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지난 11일 검찰시민위원회가 이번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하는 등 두번째 고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삼성 측 변호인은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원회 결정에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열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선 "당연한 결과"라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위기 극복론', '삼성 역할론' 등이 중요하게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오자 경제 회복과 활성화에 더욱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과 관련한 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건에 대해 부의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에 넘기기로 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이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기소 여부가 검찰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게 됐다. 회사 내부에서는 ‘불기소 결정이 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않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 여부를 수사심의에서 판단해달라며 소집 신청서를 냈다.

"이 사안이 과연 기소할 만한 사건인지를 검찰이 아닌 시민들이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은 1년 8개월 동안 110여명에 대해 430여 차례 소환조사를 벌이고, 50여회의 달하는 압수수색이 있었으며 영장기각에 부의심의위원회 결정까지 된 점을 들어 '무리한 수사'라는 주장을 논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수사심의 결과 불기소 권고가 나올 경우, 이 부회장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검찰이 검찰 개혁 차원에서 스스로 만든 제도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할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할 수 있어 검찰에서도 수사심의 결과가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 진술을 거쳐 수사심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이는 권고적 효력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수사심의를 거친 8건의 사건은 검찰이 모두 의결 내용대로 처분했다. 향후 수사심의가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낼 경우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삼성 측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삼성은 한국 경제 위기 속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는 등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코로나19 여파와 장기간 이어진 검찰 수사로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고 입장문을 낸바 있다. 삼성이 처한 상황은 위기라는 호소와 함께 재판부를 향한 간절한 당부로 읽힌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며, 오랜 검찰 수사로 삼성의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며 "삼성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 64개 대기업이 지난해 올린 매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4%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4개 대기업의 전체 순이익 중 34%는 삼성이 도맡고 있었다. 59개 삼성 계열사에서 기록한 순이익 중에서도 78%는 삼성전자에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 전문기관 한국 CXO연구소가 '2019년 64개 대기업 집단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분석’을 통해 11일 이같이 밝혔다. 조사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밝힌 공정자산 5조원 이상 64개 그룹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4개 그룹에 속한 계열사는 모두 2284곳이다. 지난해 올린 전체 매출액은 1617조원 규모다. 64개 그룹 중 ▲삼성(314조원) ▲현대차(185조원) ▲SK(161조원) 순으로 매출 영향력이 높았다. 삼성 계열사 전체 매출액은 국내 GDP 대비 16.4%수준으로 그룹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국내 GDP 대비 ‘6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개별 회사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GDP 대비 8% 수준으로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보여주는 존재감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삼성 그룹이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는 작년 기준 59곳인데 이중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49.2%(154조원) 정도다. 삼성 계열사 전체 매출액 중 절반은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 내 5% 이상 매출 비중을 기록한 계열사는 ▲삼성생명·삼성디스플레이(각 8.6%) ▲삼성화재(7.2%) ▲삼성물산(6.4%) 4곳이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대기업 집단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쉽게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높다는 것은 수치로도 명확하다"면서도 "다만 높은 매출 등에 비해 64대 기업 집단의 고용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고용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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